의례용 사람얼굴모양 토기…5세기경 추정
투각인면문옹형토기 [사진=문화재청] |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무표정, 심각, 말하는 표정의 얼굴이 토기에 새겨졌다. 경산 소월리 유적에서 발견된 토기로, 제작연대는 5세기경으로 추정된다. 신라인들은 이 토기에 어떤 소원을 담았을까.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의 허가를 받아 (재)화랑문화재연구원(원장 오승연)에서 발굴조사 중인 경산지식산업지구 진입도로구간의 경산 소월리 유적에서 5세기 경에 만들어진 사람 얼굴 모양으로 뚫어서 만든 토기(투각인면문옹형토기, 透刻人面文甕形土器)가 출토되었다. 지금까지 진주 중천리유적, 함평 금산리 방대형고분 등에서도 사람 얼굴 모양이 장식된 토기가 출토된 사례는 있지만 이번처럼 삼면에 돌아가며 얼굴 모양이 표현된 사례는 처음이라 주목된다.
소월리 유적은 금호강의 지류인 청통천 주변에 형성된 넓은 평야를 조망할 수 있는 나지막한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굴조사를 통해 삼국∼통일신라 시대의 고상건물지(高床建物址)와 구덩이, 토기가마를 비롯해 고려∼조선 시대의 무덤 등 많은 수의 유구가 확인된 곳이다.
투각인면문옹형토기와 시루 결합 사진 [사진=문화재청] |
유적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고상건물지는 사용 목적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구릉의 완만한 경사면에 밀집되어 있으며, 주변으로 배수를 위한 도랑과 구덩이들과 울타리(추정) 등을 배치하고 있어 일반적인 거주보다는 특수한 목적의 건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 얼굴 모양 토기가 출토된 구덩이는 지름 1.6m가량의 원형으로 건물지군 사이 한쪽의 빈 공간에 있었다. 토기는 내부조사가 반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나왔으며, 이외에 바닥을 의도적으로 제거한 시루도 1점 함께 출토됐다.
발견된 토기는 높이가 28㎝가량으로, 토기의 윗부분 중앙에는 원통형으로 낮게 돌출된 구멍을 뚫었다. 토기 옆면에는 같은 간격으로 원형 구멍을 뚫어 귀를 표현하였고, 각 구멍 사이에 세 개의 면에 세개의 얼굴이 새겨졌다. 무표정한 듯, 심각한 듯, 말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조금씩 다르다.
사람 얼굴 모양 토기와 함께 출토된 시루의 몸통 중간 지점에는 소뿔모양 손잡이 2개가 있어, 두 점의 토기는 서로 결합되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토기의 제작 기법과 특징 등으로 보면 5세기 전반 또는 그 이전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일상적인 목적보다는 5세기경 유적에서 베풀어진 일종의 의례 행위와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원 측에서는 유적의 중심을 이루는 주변의 고상건물지도 당시의 의례와 관련된 시설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구덩이 내부에서는 토기 외에도 유기물, 목재 등이 추가로 확인되고 있어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유적의 성격을 분명하게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서는 조사 완료 후 언론과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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