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최장수 대통령 14년 만에 물러나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중남미 현역 최장수 정상이었던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부정선거 논란에 결국 사퇴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TV 연설을 통해 “이 나라의 평화를 찾는 것이 원주민 대통령으로서의 나의 의무”라며 “국가를 위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볼리비아에서는 지난 달 20일 열린 대통령선거 이후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되면서 3주째 거센 시위가 이어졌다. 이번 선거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은 40%를 득표해 2위에 10%포인트를 앞서며 결선투표 없이 승리를 선언했지만 개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며 격렬한 반대 시위에 맞부닥쳤다.
이어 대선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미주기구(OAS)의 감사 결과가 발표되고 군과 경찰마저 사퇴를 요구하자 모랄레스 대통령은 결국 불명예퇴진하게 됐다. 2006년 1월 대통령궁에 입성한 지 13년 10개월 만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볼리비아 첫 원주민 지도자'이자 '중남미 현역 최장수 지도자'였으며 한때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의 지도자'로 꼽히기도 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임에도 볼리비아 정국의 혼란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상 승계 서열인 부통령, 하원의장, 상원의장 모두 줄줄이 동반사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차순위인 페트로닐로 플로레스 헌밥재판소장 겸 연방대법원장도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을 의사가 있는지 불명확하다.
이에 브라질 정부는 이날 볼리비아 정국 혼란 수습 및 재선거를 위한 OAS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반면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최근 석방되며 다시 중남미 좌파의 구심으로 떠오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은 볼리비아 대통령 퇴진을 쿠데타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며 모랄레스와의 연대를 표명했다. 또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 중남미 좌파 정상들도 모랄레스를 두둔하고 나서는 등 중남미는 더욱 큰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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