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세금도 14%대로 대폭 낮아져
상하이 기반 콜렉터들이 매출 견인
지난 2014년 시작, 올해로 6회를 맞는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 페어(이하 웨스트번드 아트페어)가 웨스트번드아트센터에서 11월 7일부터 10일까지 열렸다. 소규모 부띠끄 페어를 지향하는 웨스트번드 아트페어는 상하이 웨스트번드 개발 그룹 공사가 주최한다. 전세계에서 109개 갤러리가 초청받아 부스를 냈다. [사진=헤럴드DB] |
[헤럴드경제(상하이)=이한빛 기자] 빅 뉴스는 없었다. 개막한지 몇 시간만에 유명작가의 작품이 수 십 억 원에 팔려 나갔다는 그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눈에 띄는 작품의 가격을 물었을 때 돌아오는 답의 대부분은 "이건 팔렸습니다. 다른 작품을 보여드릴까요?"였다. 지난해 "관심 있는 분이 꽤 있다"는 답변과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올해로 6년차를 맞는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페어(West Bund Art& Design Artfair·이하 웨스트번드 아트페어)의 VIP 오픈 첫 날 저녁 풍경이다.
전 세계 미술애호가와 관계자들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이는 11월의 상하이. 그 중심엔 웨스트번드 아트페어와 아트O21(오투원)이 있다. 웨스트번드가 화이트큐브, 가고시안, 페로탱, 페이스갤러리,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즈위너 등 세계 유수 갤러리가 참여하는 부띠끄 페어라면 O21은 로컬 갤러리가 상대적으로 많이 참여하고 가구나 디자인 제품까지 페어로 끌어들이는 좀 더 대중적인 면모를 보인다.
게오르그 바실리츠와 제프쿤스의 회화를 내건 가고시안 갤러리 [사진=헤럴드DB] |
올해 웨스트번드 참여 갤러리는 총 109개다. 지난해 110개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처음으로 참가하는 갤러리가 28곳에 달해 대대적 물갈이를 했다는 후문이다. 부스 참여는 전적으로 주최측인 '상하이 웨스트번드 개발 그룹 공사'의 초청으로 이뤄진다. 올해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조현화랑, P21이 부스를 차렸다.
전시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과연 판매가 이뤄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이른바 '미술관 작가'의 대형작품을 대대적으로 선보여, 쇼케이스를 방불케 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컬렉터들이 당장 구매를 결정할 수 있을만한 작품이 많이 나왔다. "점점 세련돼 지고 있다. 조금만 지나면 홍콩을 넘어서겠다"는 평가가 갤러리스트들 사이 나온다.
우고 론디노네를 집중적으로 소개한 글래드스톤 갤러리 [사진=헤럴드DB] |
특별섹션에서는 미술품 경매사인 소더비가 '레전드'라는 주제로 앤디워홀과 바스키아의 2인전을 통해 본 1980년대 뉴욕미술을 소개했다. [사진=헤럴드DB] |
지난 6월 아트바젤 언리미티드에서 대형작을 선보여 화제가 된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과 영국 테이트모던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고 있는 백남준의 작업은 복수의 갤러리에서 선보였다. 퍼포먼스와 사진작업으로 유명한 마리나 아브라모빅의 부조 신작(리손 갤러리), 뮤지엄 베를린에서 피카소와 2인전을 펼치고 있는 토마스 샤이비츠의 대형작품(스푸르스 마고스 갤러리), 영국 런던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엘리자베스 페이튼(자비에 후쿠스), 이탈리아 베니스 아카데미아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진행중인 게오르그 바실리츠(가고시안 갤러리)등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제프 쿤스, 쿠사마 야요이, 나라 요시토모 등 시장에서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과 토마스 사라세노, 데이비드 알트메드, 데이비드 슈리글리 등 젊고 실험적인 작가의 작품들도 나왔다. 양푸동, 쩡판쯔, 딩이 등 중국 유명작가들의 작품도 이들과 나란히 걸렸다. 특별섹션에서는 글로벌 경매사인 소더비가 '레전드'라는 주제로 앤디워홀과 바스키아 2인전을 열었다. 11월 홍콩경매에 출품되는 이들을 미리 만나는 자리다.
코헤이 나와, 수보다 굽타, 백남준, 이우환 등을 소개한 아라리오갤러리 [사진=헤럴드DB] |
박서보, 하종현, 이우환 등 단색화 작가와 양혜규의 설치로 꾸민 국제갤러리. [사진=헤럴드DB] |
한국 채색화의 대가 김종학, 사실적 묘사가 인상적인 강강훈, 숯 작업으로 유명한 이배를 내세운 조현화랑 [사진=헤럴드DB] |
최정화의 설치작품과 신미경의 세라믹 신작을 내세운 P21. [사진=헤럴드DB] |
한편 국제갤러리는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 등 단색화 작가들을 필두로 양혜규의 설치작을 선보였고 아라리오갤러리는 코헤이 나와, 수보다 굽타, 치앙 첸, 이우환, 백남준 등을 소개했다. 조현화랑은 한국 채색화의 대가 김종학과 극사실적 묘사가 뛰어난 강강훈을 내걸었고, P21은 신미경의 세라믹 신작과 최정화의 설차작으로 부스를 꾸렸다.
좀 더 대중적으로 동시대미술을 소개하는 O21에도 가고시안, 화이트 큐브 등 유수 갤러리가 부스를 냈다. 난징동루의 상하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O21에는 전세계에서 110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며, 한국갤러리는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갤러리바톤이 리스트에 올랐다.
미중무역 분쟁, 중국 경제의 둔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두 페어 모두 판매실적은 견조했다는 평이다. 울리 지그와 프랑스 DSL컬렉션 관계자 등 슈퍼 콜렉터들의 모습도 자주 목격됐으나, 판매를 견인했던 건 상하이를 기반으로 하는 젊은 콜렉터들이었다. 한 미술 관계자는 "아트바젤 홍콩의 구매고객 40%가량이 상하이 부자들"이라며 "구매력이 충분한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하이 뱅가드 갤러리를 소유한 리세 리씨는 아트 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적으로 압박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중국내 미술시장이 2008년 침체때보다는 훨씬 성숙해졌다. 지역 갤러리와 예술 생태계에 긍정적 신호"라고 밝혔다.
웨스트번드 아트페어와 함께 상하이 아트위크를 이끄는 아트 O21전시전경. [사진=헤럴드DB] |
최대 14%로 낮아진 세금도 분위기 전환에 일조했다. 중국정부는 최근 미술품에 대한 관세를 1%로 낮췄고, 수입상품에 붙는 부가가치세도 13%로 조정했다. 최저로 세금이 붙는다면 14%인 셈이다. 주변 국가에 비하면 높은 수치이나 지난해까지 34%였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이다. 물론 여전히 외화거래가 까다롭고, 작품을 세관 신고가보다 낮게 팔았을 경우에도 세금은 그대로 물어야하는 등 유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상하이는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아트바젤 홍콩에서는 처음으로 VIP를 위한 상하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만큼 상하이가 커졌다는 증거다. 한국에서도 화랑협회 등 미술계 관계자들이 대거 상하이를 찾았다. 최웅철 화랑협회장은 "상하이는 매년 더 좋아지고 있다. 홍콩의 정치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올해는 특히 글로벌 갤러리들이 상하이에 관심이 많다. 동시에 서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웨스트번드 아트페어와 아트 O21 모두 10일 폐막했다.
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