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대표하는 자수성가 급부상
2007년 베트남 최초 민간 저비용 항공사
‘多승객·低비용 유지’…매출·영업익 급증
올 베트남 내 항공점유율 44%로 1위 등극
“세계 인구의 절반 운송하는 것이 목표”
‘유효좌석 킬로미터당 비용’(CASK·Cost per Available Seat Kilometer)은 항공업계의 효율성을 측정하는 기준이다. 미국의 대형 항공사는 CASK가 평균 7센트 정도이며, 아시아 최대 저비용 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는 그 절반 이하인 3.1센트다. 그런데 CASK가 2.3센트에 불과한 LCC가 있다. 바로 2007년 설립된 베트남 최초의 민간 저비용 항공사 비엣젯항공(Vietjet Air)이다.
응웬 티 푸엉 타오(Nguyen Thi Phuong Thao·49) 대표가 설립한 비엣젯항공은 설립 10여년 만에 2조원대 매출과 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회사로 급성장했다. 현재 베트남 항공업계 점유율 1위로, 베트남 국적기인 베트남항공을 앞질렀다.
비엣젯항공의 성공으로 타오 대표는 베트남 유일의 여성 억만장자이자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자수성가 사업가로 급부상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파워 아시아 여성 기업인 25인’에 선정됐다. 타오 대표는 어떻게 25억 달러(약 2조9000억원)를 보유한 억만장자이자 성공한 사업가가 됐을까.
▶‘국제무역업→은행업→항공산업’도전=베트남 하노이에서 태어난 타오 대표는 모스크바 무역기관학교에서 신용금융학을 전공했다. 이후 러시아 멘델레예프 대학에서 경제조속학(Economy Cybernetics) 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러시아 유학 중이던 1988년 국제무역업으로 첫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에서 마련한 자금으로 베트남에 돌아와 베트남 첫 민간은행인 테크컴뱅크와 베트남국제상업은행에 투자했고, 2007년에 비엣젯항공을 설립하면서 항공산업에 본격 뛰어 들었다.
베트남에서 항공산업은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사업이다. 하지만 타오 대표는 베트남 최초의 민간 저비용 항공사를 만들어 베트남 항공업계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그는 세 아이를 둔 엄마이지만, 밤 늦게까지 일하는 날이 많아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
비엣젯항공은 처음엔 아주 적은 수의 국내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로 출발했지만,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급성장했다. 현재 129개의 국내·외 노선 및 일일 400회 이상의 항공편을 운항중이다.
특히 올해 기준 베트남 내 항공 점유율 44%로, 베트남 국적기인 베트남항공(34%)을 10% 포인트나 앞질렀다.
타오 대표는 “비엣젯항공은 반경 2500㎞ 이내의 모든 지역으로 노선을 확대할 것”이라며 “세계 인구의 절반을 운송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중산층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여행 붐이 일어나고 있다. 타오 대표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지난해 기준 1억600만명의 승객들이 베트남 공항을 이용했다. 이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수치다.
▶“多승객·低비용 유지” 고속 성장=타오 대표는 더 많은 승객을 비행기에 태워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는데 힘을 쏟아 왔다. 아시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 보다도 낮은 2.3센트의 CASK가 이를 입증한다.
타오 대표의 저비용 정책을 바탕으로 비엣젯항공은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하고 있다.
2015년 약 570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조6350억원으로 3년 만에 4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7%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비해 지난해 에어아시아의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2조95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5년 약 580억원에서 지난해 2810억원으로 4배 이상 성장헸다.
또 올 상반기 매출은 약 1조36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12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특히 비엣젯항공의 주가는 2017년 상장 이후 2배 이상 올랐다. 타오 대표는 당시 비엣젯항공을 호치민 증권거래소(HOSE)에 시가총액 14억 달러(약 1조6000억원)로 상장했지만, 지금은 싱가포르항공에 이어 동남아시아 항공업계 2위 수준인 36억 달러(약 4조1800억원)의 시장 가치를 지닌다.
연간 탑승객 수 역시 2015년 930만명에서 지난해 2300만명으로 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30% 증가한 약 3000만명의 승객을 태울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좁은 좌석에도 불구하고 비엣젯항공은 평균 88% 이상의 높은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타오 대표는 올 11월부터 운항하는 새 에어버스 기종인 A321neo에는 세계 최초로 240석을 채운다는 계획이다. 이는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이 기종에 좌석의 75% 수준인 180명 이하의 승객을 태우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비키니 마케팅 ‘논란’…인지도 UP=타오 대표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비엣젯항공을 보다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비키니 마케팅’을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엣젯항공은 지난 2012~2014년 기내에서 비키니 쇼를 벌이고 속옷 차림의 여성 모델을 내세운 광고 마케팅으로 화제가 됐다. 해변 휴양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들에게 비키니를 입게 하는 등 대담한 마케팅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켰다.
2018년 초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사상 처음 준우승을 한 박항서 감독 팀이 중국 창저우에서 금의환향하는 특별기를 띄우면서 기내에서 비키니 쇼를 벌여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비엣젯항공은 베트남 항공 당국으로부터 외설 및 안전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고 벌금을 냈다. 하지만 이후에도 비엣젯항공은 지난해와 올해 승무원과 전문 모델들의 비키니 복장 화보로 달력을 제작했다. 논란의 비키니 마케팅은 전세계에 비엣젯항공의 이름을 알리면서 티켓 판매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비키니 마케팅으로 논란이 일긴 했지만, 비엣젯항공은 최근 HR아시아 매거진이 선정한 ‘2019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베트남 기업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이 상은 직원들의 설문조사가 반영돼, 더욱 의미가 크다”며 “직원들의 전문성 증진을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일럿 부족·인프라 문제’과제로=타오 대표는 세계 인구의 절반을 운송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포화상태인 공항 문제와 파일럿 부족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베트남의 주요 공항들은 이미 포화상태로, 수용능력 이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호치민공항은 2010년 연간 수용인원인 2800만명을 훨씬 웃도는 3800만명의 승객이 이용했다. 또 다낭, 하노이, 나트랑 등 다른 베트남 주요 공항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타오 대표는 “이 같은 병목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투자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의 공항 확장 또는 신설 여부가 불투명하며 항공사간 지역 경쟁도 늘어나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일럿 부족 역시 성장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잉사에 따르면, 항공산업은 향후 20년 간 거의 65만명의 신규 조종사가 필요하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은 24만4000명, 중동은 6만4000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타오 대표는 저금리 대출을 이용해 비행기를 저렴하게 구매하고 임대회사에 되파는 방법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노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타오 대표는 “비엣젯항공을 베트남의 첫 글로벌 항공사로 만들 것”이라며 “비엣젯항공은 서비스, 항공기, 경영능력, 비용 및 새로운 서비스 등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