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식으로 다양화하는 지혜 발휘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털털한 베트남 쌀국수집 주인 같다고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베트남과 한국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사상 최고 대우로 재계약을 했던 7일, 코트라 호치민무역관은 베트남에 한국의 ‘빨간’ 매운 맛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월드컵 축구 4강에 들고,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을 꺾은 대한민국 ‘붉은 악마’의 매운 맛을 박 감독에 의한 베트남 축구의 상승세와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흥미롭다.
한국 붉은 악마 군단의 월드컵 4강을 이룰때 수석코치를 했던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파파 리더십’ |
베트남은 한국 라면과 떡볶이 등 매운 음식을 그대로 이식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베트남 특유의 단맛, 신맛을 적절히 조화시켜 새로운 맛을 창출해 내는 지혜를 발휘했다.
최근들어 한국 맛에 기반한 베트남식 매운 라면과 떡볶이를 맛보고 싶다는 한국인 여행객들도 늘고 있어, ‘베트남 식 한국 매운 맛’의 지혜는 한국인들의 베트남행 여행의 새로운 모티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력적인 외국의 것을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새롭게 창출시키는 베트남의 지혜는 똑똑한 한국인들이 똑똑한 베트남 사람들과 ‘결혼 동맹’을 맺는 또 하나의 이유일 수도 있겠다.
8일 코트라 베트남 호치민무역관 정해란 매니저의 현장탐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매운 음식을 기본으로 다양한 레시피를 개발하는 베트남의 식품업체가 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이 새롭게 만든 메뉴는 ▷징거미새우김치라면 ▷똠양꿍 해산물라면 ▷생선 김치라면 ▷소고기 김치라면 ▷치킨 김치라면 ▷해산물 김치라면 ▷까르보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커리불닭볶음면 ▷아이스불닭볶음면 ▷치즈불닭볶음면 ▷치즈불닭 ▷두끼 떡볶이 등이다.
K-Pop, 박항서 감독의 인기 등으로 한류 열풍이 강한 가운데, 한식당 및 한국 외식기업 프랜차이즈가 생기고 있으며 떡볶이, 김밥, 라면, 짜장면, 삼겹살, 김치 등 우리나라 ‘매운맛’을 기반으로 다양한 메뉴를 개발한 ‘사신(sasin)’브랜드가 2016년 창업이후 호치민, 하노이, 다낭, 훼, 냐짱, 붕따우 등 다양한 지역에 총 46개의 지점을 보유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Mi Cay’는 원 뜻은 ‘매운 라면’, 실제로는 한국식 라면이다. 맛은 한국인의 단순 매운맛이 아닌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춘 매운맛, 단맛 및 신맛이 섞인 복합적인 맛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추가로 투입되는 식재료는 징거미새우, 생선, 해산물, 소고기 등 매우 다양하다. 가격은 2100원에서 3900원까지이다. 김밥과 타코야키 등이 사이드 메뉴도 추가 주문되기도 한다. 한국식에 기반을 두고 베트남식으로 개발한 이들 음식은 베트남 유명 유투버들의 리뷰 아이템으로 선택된다고 한다.
한국 매운 라면맛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개발된 베트남식 라면들 |
불닭시리즈 역시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라는 인터넷 매운맛 탐방기를 통해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면서 베트남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불닭 시리즈를 김이나 김치와 같이 먹기도 하며 매운 소스와 면의 단맛이 섞인 복합적인 맛을 좋아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불닭 시리즈 라면은 1250원에서부터 1500원 사이로 매우 저렴하다. 불닭 소스가 따로 상품화됐는데, 개 당 5000원 가량이다.
지난해부터는 한국의 매운맛이 치즈를 만났다. 치즈불닭은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국음식 ‘치킨’, ‘매운맛’, ‘치즈’의 조합이다. 불닭 시리즈에 비해 매운맛이 너무 강하지도 않고 치즈를 섞어 매운맛을 순화시킨 조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치즈불닭의 레시피는 베트남-한국 화합형이다. 베트남인들이 즐겨 먹는 닭고기, 야채, 치즈와 한국의 고추장, 떡이 함께 쓰이는 것이다. 이것 역시 현지 SNS 인플루언서들의 단골 아이템이다.
한국에 190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유명 떡볶이 무한리필 프랜차이즈 ‘두끼’는 베트남, 대만,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등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11월에 호찌민시 떤빈군 롯데마트에 1호점을내고 두 달 뒤 호찌민시 빈탄군에 첫 번째 직영점을 오픈한 ‘두끼’는 7개월만에 30호점을 오픈할 정도로 급성장세를 보인다. 한국돈 7500원으로 가성비 높은 뷔페를 즐길수 있다. 뷔페 이용 시간은 90분이며 음식을 과하게 남길 경우 환경비 4만 동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정해란 매니저는 전했다.
두끼 베트남은 다양한 종류의 떡, 어묵, 면, 소시지, 야채 등 100% 한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걸로 유명하다. 메인 메뉴인 떡볶이 또한 한국의 대중적인 매콤한 떡볶이만이 아닌 크림, 짜장, 로제 등 다양한 맛을 준비해 폭넓은 연령층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됐다.
베트남에선 훠궈와 같은 탕 종류가 메인인 뷔페도 인기를 끌고, 베트남인들은 식사 미자막에 러우(Lau)/핫팟(Hot Pot)이라는 탕 종류를 많이 먹는데, 두끼의 즉석떡볶이 또한 베트남 사람들에게 친숙한 탕과 비슷한 느낌이어서 현지인들이 쉽게 친숙해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베트남 인플루언서들의 한국식 매운맛 자발적 홍보 [코트라 호치민무역관 제공] |
정해란 현장조사분석팀은 지난 10월 초 호찌민시 빈탄 군에 소재한 두끼 매장을 찾아, 현지인 5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들은 떡볶이와 치킨, 소스, 야채, 튀김류 등 거의 모든 메뉴에 대해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고 호치민 무역관측은 전했다.
호치민 무역관은 베트남 음식업 진출을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현지인들의 소비패턴, 식습관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베트남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으며, 매운 맛 이외에 차가운면류인 비빔냉면 등 다양한 한식의 매력을 베트남 사람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