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불꽃 축제 참가자들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제이콥 리스 모그 보수당 하원 대표의 대형 인형을 앞세워 5일(현지시간) 서섹스 주 루이스의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로이터]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러시아의 자국 선거 개입 여부를 조사한 하원 위원회 보고서의 공개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이른바 영국판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5일(현지시간) 도미니크 그리브 정보보안위원회(ISC) 위원장은 이날 하원에서 열린 대정부 긴급질의에서 “총리가 러시아에 대한 위원회 보고서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면서 해명을 요구했다.
그리브 위원장이 언급한 보고서는 지난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이듬해 총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다.
위원회는 1년 간 조사 끝에 올해 3월에 보고서 작성을 최종 완료하고 지난달 17일 총리에게 승인을 요청했다. 위원회 차원에서 작성된 보고서는 기밀유출 우려 등의 이유로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 총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통상 열흘 이내로 마무리되는 총리 승인 절차가 3주가 지나도록 ‘깜깜 무소식’이자, 야당은 오는 12월 조기 총선을 앞두고 존슨 총리가 보수당에게 불리할 수 있는 보고서를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총선 준비를 위해 의회가 공식 해산되는 6일 0시까지 보고서가 승인되지 않으면 차기 의회 구성이 완료되기 전에는 보고서 공개가 불가능하다.
에밀리 손베리 그림자내각 외무장관은 “총리는 이 보고서가 러시아와 브렉시트의 연관성을 증명함으로써 보수당의 선거를 위협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선거전을 앞둔 야당은 원조 ‘러시아 스캔들’의 주인공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의 트럼프’라 불리는 존슨 총리의 유사점을 부각시키면서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영국 내 반(反)트럼프 감정을 존슨 총리에게 덧씌우겠다는 전략이다.
심지어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ISC의 보고서에는 지난 2016년 미 대선 러시아 정부의 개입 의혹을 최초 제기한 크리스토퍼 스틸 전 MI6 국장의 증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67%를 기록한 유고브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영국 야권은 존슨 총리에게서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으로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