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 공개성명 압박 기억나”
트럼프, 대선 가상대결서 패배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 의혹’과 관련해 비공개 증언을 하기 위해 하원 정보위에 출석하는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 [AP]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인물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보류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 압박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2020년 대선을 1년 남겨두고 연일 터지는 악재에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와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지난달 17일 열린 선들랜드 대사의 비공개 증언을 공개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선들랜드 대사가 전날 추가로 제출한 3쪽 분량의 보충증언이다. 선들랜드 대사는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에게 ‘우크라이나가 반부패 공개성명을 내놓기 전까지 미국은 원조 재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진술과 달리 군사원조와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 사이의 연관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는 해당 대화가 지난 9월 1일 이뤄졌다고 밝혔다. 선들랜드 대사의 주장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조사를 요구한 뒤 지속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사원조를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압박한 것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부인해온 대가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들랜드 대사의 번복된 증언은 우크라 의혹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원은 이날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의 비공개 증언록도 공개했다. 볼커 전 대표는 대가성 여부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지난 7월 통화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선들랜드 대사와 볼커 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과 함께 우크라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하원 정보위와 외교위, 정부감독개혁위는 위원장 명의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줄리아니는 국무부를 이용해 개인적, 정치적 이익에 도움이 되는 조사를 발표하도록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권자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지난달 27~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는 물론 피터 부티지지 사우스벤드 시장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등 중위권 후보에게조차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전 부통령과 맞대결에서는 56%대 39%로 17%포인트나 뒤쳐졌고 워런 상원의원에게는 15%포인트(55%대 40%),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는 14%포인트(55%대 41%)씩 격차를 보였다. 부티지지 시장, 해리스 상원의원과 격차도 10%포인트 안팎에 달했다. 한편 이날부터 실시되는 버지니아주 등 4개 주의 지방선거는 현재 민심을 확인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켄턴키주 렉싱턴을 찾아 선거유세를 적극 돕고 있다. 김우영 기자/kw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