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난맥상’ 본 표심향방 관건
다수당 없을땐 최악 시나리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의회에서 12월 조기 총선안을 통과시킨 후 런던 다우닝가 10번 총리관저로 들어가며 취재진에게 엄지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있다. [AP] |
영국이 결국 오는 12월 12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이 내년 1월까지 조건부 3개월 시한 연기를 결정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는 3년을 돌고돌아 결국 제자리걸음이 됐고, 영국 정국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 혼돈에 빠졌다.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과반 의석 확보를 통해 브렉시트 주도권을 손에 쥐겠다는 계획이지만, 3년 간의 브렉시트 난맥상을 지켜 본 국민들의 표심이 어느 당으로 향할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조기총선이 ‘영국 역사상 가장 불확실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영국 정치권 한편에선 조기 총선 결과 어느 정당도 다수당 지위에 오르지 못하고 브렉시트 교착상태가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제기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은 12월 12일에 총선을 여는 내용이 담긴 정부의 단축법안을 찬성 438표, 반대 20표로 가결했다. 전날 제 1야당인 노동당이 대거 기권 하면서 조기 총선 동의안의 하원 통과에 실패한 존슨 총리는 이날 사실상 우회법안인 단축법안을 하원에 재상정했다. 당초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사라지면 조기 총선에 동의하겠다고 밝혀온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선거 패배에 대한 우려로 당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총선 실시에 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조기 총선이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을 종식시킬 돌파구가 될 지는 불투명하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12월 조기 총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가장 중요하고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선거 중 하나”라면서 “모든 것은 분열되고, 난장판이 된 브렉시트 과정에 지쳐 이제는 무엇이라도 결정되기를 바라는 영국 국민들에게 달려있다”고 전했다.
특히나 보수당은 지난 2017년 6월 브렉시트 교착상태 해소라는 동일한 목표로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주도했던 조기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게 10%포인트 가량 앞서고는 있지만, 결과를 자신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존슨 총리는 “힘든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최근 영국에서 진행된 두 번의 선거에서 유권자의 3분의 1이 정당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총선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조기 총선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보수당과 노동당이 모두 다수당이 되는 데 실패하는 것이다. 이 경우 브렉시트는 강력한 리더십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와 의회, EU 간의 지지부진한 교착상태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
노동당 소속의 데이비드 라미 의원은 “이번 선거는 우리 생애에서 가장 끔찍하고 잔인한 선거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어느 정당도 분명한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