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간 정부 실정, 광범위한 부패, 경제 악화
왓츠앱 230원 세금 부과가 시위 불 당겨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29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EPA]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시위대에 굴복해 결국 사퇴한다. 왓츠앱 메신저에 하루 20센트(약 230원)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발표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12일 만이다.
하리리 총리는 29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들으려 했지만 막다른 길에 갇혔다”며 “이번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 대통령에게 사퇴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17일 왓츠앱 등 스마트폰 메신저에 하루 20센트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정부 발표에 시민들이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만성적인 민생고와 실업난에 고통받던 레바논 시민들은 ‘왓츠앱 세금’을 계기로 누적된 분노가 표출됐고, 부패 청산 등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레바논에서는 시위가 시작된 뒤 은행과 학교는 12일간 문을 닫았고, 시위자들은 전국의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레바논은 최근 급속한 경제 악화, 부채 급증, 물가 상승을 겪었다고 CNN은 보도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레바논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레바논의 국가 부채는 860억 달러(약 103조원)로, 연간 GDP의 150%에 해당한다. 수십 년 간의 정부 실정과 광범위한 부패로 재정이 마비돼 부채가 급증했다. 또 35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은 37%로 매우 심각하며,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이 유입되면서 어려운 경제에 더욱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하리리 총리는 지난 21일 공무원 봉급 삭감, 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 등 개혁 조치를 발표했지만, 시위대의 분노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CNN은 “하리리 총리 사퇴 소식에 베이루트 시내의 수많은 시위자들이 환호했다”면서도 “이를 계기로 레바논 정세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고, 경제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