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규모는 높이 8.5미터·폭20미터…5~6세기 조성 추정
함안 가야리 유적 전경(남쪽에서) [사진제공=문화재청] |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경남 함안군 가야리 유적에서 아라가야의 판축토성(흙을 떡시루처럼 얇은 판 모양으로 켜켜이 다져 쌓은 성)을 축조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목조구조물과 이를 사용한 축성기술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박종익)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시작한 발굴조사에서 아라가야 추정 왕궁지 중심 유구인 토성이 축조된 방법을 규명하기 위해 성벽을 중심으로 조사하던 중 이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토성벽 내부에서 중심토루 구간을 중심으로 판축성벽 축조와 관련된 나무기둥(목주 · 木主)과 횡장목(橫長木 · 판축 시 가로방향으로 고정시킨 목재) 등 목조 구조물들과 달구질(성토다짐) 흔적이 확인됐다.
토성벽 상부 목조구조물 조성 양상(남서쪽에서) [사진제공=문화재청] |
현재 조사구역내에서 확인한 토성의 규모는 높이 약 8.5미터, 폭은 20미터 내외다. 토성벽 축조 공정마다 영정주와 횡장목을 엇갈려 목조 기구를 설치하고, 판축상 성토다짐을 하는 등 정교한 대규모 토목공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탄소연대 등을 통해 추정한 조성 시기는 5~6세기 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함안 가야리 유적 토성은 가야권역 내의 동시기 유적과 비교할 때, 그동안 발견된 사례가 없는 축조기법과 규모를 보인다"며 "이번 의미있는 발굴결과로, 이 일대에 대한 기초조사와 중장기 발굴조사 계획을 수립해 체계적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함안 가야리 일대는 1587년에 제작된 조선 시대 읍지 '함주지(咸州誌)'와 일제강점기의 고적조사보고 등에서 아라가야의 왕궁지로 전해졌다. ‘남문외고분군’, ‘선왕고분군’, ‘신읍(臣邑)’ 등 왕궁과 관련된 지명이 남아 있어 아라가야의 왕궁지로 추정돼 왔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2018년 5월 발굴조사를 시작해 토성벽, 목책, 건물지 등 다양한 왕성 관련 시설과 유물들을 확인했으며, 지난 21일 사적 제554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오는 31일 오후 1시에는 발굴현장이 공개된다. 관심 있는 국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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