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철군 대응 ‘방어 구실’
중동 전문가 “소탕 의미 아냐”
테러활동 재점화 불씨 우려도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8)가 지난 4월29일 자신의 그룹인 알 푸르칸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미국은 27일(현지시간) 알바그다디가 미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AP]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단주의 무장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미국의 습격 작전으로 사망했다고 선언했지만, 이는 ‘단기적 승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북부 지역에 대한 미군 철수 결정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알바그다디 사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결정을 ‘방어’할 유용한 구실을 마련케됐다. IS 부활이 대한 우려는 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여론의 핵심 근거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테러 전문가들은 지도자의 사망이 테러조직의 소멸로 직결되지는 않으며, 오히려 이번 작전이 시리아 지역에 미군 주둔의 필요성이 더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전역에 방송된 TV 연설을 통해 “지난 밤 미국이 세계 1위 테러 지도자에 대한 심판을 단행했다”면서 “아부 바크르 알바그디디가 죽었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지역에 미군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작전을 지휘했으며, 미군의 습격으로 막다른 길에 몰린 알바그다디는 폭탄조끼를 터뜨리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IS 최고 지도자의 사망으로 민주당의 탄핵 조사와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한 반발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IS에 대한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IS 전쟁의 전략적 승리를 뜻한다”고 평가했고,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국가 안보 업적 중 하나로 귀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 철군 결정을 둘러산 비판 여론에 대응할 수 있는 근거도 생겼다. 철군에 반대하는 이들은 시리아 철군이 IS 부활의 빌미가 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날 성명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와는 무관하다”면서 북 시리아에 대한 철군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작전의 성공이 시리아 철군 조치에 대해서만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완전한 면죄부’를 주기는 힘들어보인다. 테러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S 지도자의 사망으로 대통령의 갑작스런 철군 결정에 대한 일부 비판은 상쇄되겠지만 군사 등 위험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무장 테러조직인 알카에다를 이끌던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이 향후 알카에다를 이라크에서 전세계적 조직으로 확장시키는 도화선이 됐다는 점에서, 알바그다디의 죽음 역시 오히려 테러 활동이 다시 본격화되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워싱턴 전쟁학연구소의 중동 전문가인 제니퍼 카파렐라는 “현재 위험한 것은 IS 지도자가 죽음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IS로부터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지도자를 죽이는 것이 조직을 소탕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알카에다에 뿌리를 둔 IS가 다시 알카에다와 손잡고 서방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알 바그다디가 알카에다의 세력 내에 있는 이들립 지역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카파렐라는 “알바그다디가 이들립 지역에 있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며 “가장 위험한 것은 그와 알 카에다 지도자들 간에 통일을 위한 협상이 재개됐거나, IS가 알 카에다의 잔재세력과 함께 서방에 대한 공격에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