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설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댓글 작성자의 실명을 공개하면 악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이미 한차례 위헌 결정 내린 바 있어 당장 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악플 처벌 기준을 낮춰 처벌의 ‘확실성’을 보장하고, 민사적 손해배상 청구금액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진리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게시글에서 “대형 포털 사이트에 댓글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글은 25일 현재 2만1000여건의 추천을 받았다. 이밖에도 악플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글도 수십 개 올라와 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 다시 사회적 화두가 된 것은 유명 연예인의 죽음 때문이었지만, 여기엔 악플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건수는 1만5926건으로 2017년(1만3348건) 대비 약 19.3% 늘었다. 2016년에는 1만4908건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8월까지 1만928건이 접수됐다.
다만 인터넷 실명제 도입은 당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처벌 확실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기원 선플 SNS인권위원회 공익법률지원단장은 “경범죄인 지속적 괴롭힘(스토킹)의 경우 간단한 절차로 처벌할 수 있게 개정됐다”며 “악플도 복잡한 고소 고발 절차 없이 간단하게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처벌 구성 요건의 폭을 넓히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민사적 손해배상 청구금액을 높이는 방법도 거론됐다. 윤 변호사는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너무 적으니까 경각심을 못 느끼는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악플은 형사처벌 형량이 상당히 낮고 벌금 이상의 처벌이 내려지는 경우도 드물다”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악플로 인한 명예훼손이나 공갈, 무고 등은 처벌에 필요한 법률 요건이 매우 엄격한 상황”이라며 “확실한 처벌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세희·박상현 기자/s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