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막으려 출근사진 찍게 해
인출객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
보이스피싱 조직 내부에서 현금수거책들이 돈을 받은 뒤 도망가는 이른바 ‘먹튀’ 사고가 빈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직이 대형화하면서 한국 10~20대 등 현금인출책들의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있다.
25일 수사당국이 밝힌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의 근황에 따르면 최근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과중 하나는 출근 사진을 찍어 상부에 보고하는 일이다. 출근 사진은 보통 지정된 장소에 간 뒤 자신의 신분증을 들고 전신사진을 찍어 팀장에게 보내게 된다. 팀장에게 보고할 때 사용하는 스마트폰 프로그램은 추적이 안되는 텔레그램, 위챗 등이 사용된다. 이들은 출근할 때 도장찍듯 사진을 찍어 팀장에게 보내고 피해자를 만나 돈을 받으면 ATM(현금인출기) 앞에서 다시 사진을 찍어 팀장에게 다시 보고한다.
이렇게 보이스피싱 조직 내에 팀장-현금수거책 사이 인증 작업을 매일 하는 이유는 ‘먹튀 사고’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현금 수거책이 현금으로 만지는 돈은 2000~3000만원이다. 사람이라면 다량의 현금을 눈앞에서 확인하면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라는 것을 보이스피싱 조직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조직이 커지면서 내부에선 현금을 갖고 도망가는 현금인출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먹튀’가 발생할 경우엔 어떻게 할까.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도 대범하게 경찰에 신고를 한다. 물론 자신들은 추적이 안되도록 인터넷 전화나 해외에서 전화를 건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계 김은정 경위는 “돈을 갖고 도망한 현금 수거책은 어쨌든 피해자의 돈을 가져갔기 때문에 추적을 하고 ‘사기’나 ‘사기방조’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대형화하면서 현금수거책과 인출책들의 연령대도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중국 조선족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한국 10~20대들도 뛰어들고 있다. 경험 많은 경찰 눈에는 어린 보이스피싱범들이 눈에 잘 띈다고 했다. 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양복을 입고 검정 서류가방을 들고 있으면 ‘금감원’을 사칭한 현금수거책일 확률이 높다. 30~40대 현금 수거책도 늘고 있다. 이들은 정말 ‘금감원 직원’이나 ‘경찰’처럼 보이니 피해자 속이기가 더 좋을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의 고민도 늘고 있다. 김범래 서울 용산경찰서 전화금융사기 전담팀 팀장은 “2030대는 출금책을 하다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피해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는 것이라 안타깝다.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