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집권당 소속 정치인이자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창립자인 베페 그릴로가 자신의 SNS에 노인 투표권 회수와 관련한 글을 올려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고 현지 신문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운자] 이탈리아 집권당 소속의 한 정치인이 노인 투표권을 박탈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해 논란이 일 조짐이다.
19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창립자인 베페 그릴로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노인들에게서 투표권을 회수한다면?’이란 도발적인 제목의 글을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그릴로는 이 문제가 현재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제기된 투표 연령 하향 조정과도 결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탈리아에서 하원의원 선거는 만 18세, 상원의원 선거는 만 25세가 돼야 투표가 가능하다.
오성운동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 소속 엔리코 레타 전 총리가 최근 투표 연령을 만 16세까지 낮추자고 제안한 것의 연장선에서 노인의 투표권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릴로는 “많은 전문가와 학자, 정치인들이 투표 연령을 낮추자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노인들의 이해관계가 젊은 세대의 그것과 상반될 때 민주주의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는 나이가 들면 젊은 세대에 비해 사회·정치·경제적 미래에 관심을 덜 갖게 되고 어떤 정치적 결정이 미칠 장기 결과를 인내하기도 어려워진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며 “이 경우 우리 사회의 미래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진 젊은 세대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게 노인의 투표권을 회수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인 유권자는 현재도 많은 수를 차지하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투표권은 영구적인 특권이 아니라 국가 운영을 결정하기 위한 참여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릴로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65세 이상 인구 5명 가운데 1명, 75세 이상 3명 가운데 1명은 정치에 관심이 없으며 정치에 관해 일절 얘기하지 않는다는 2015년 여론조사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젊은 세대 역시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점에서 특정 나이 이상의 노인만을 대상으로 투표권을 거두는 것이 연령에 기반한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릴로는 다만, 투표권이 박탈돼야 할 연령의 구체적인 경계선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탈리아의 정년퇴직 및 연금 수급 연령은 만 65세로, 해당 인구는 이탈리아 전체(6185만 명)의 21.8%인 1350만 명에 달한다.
코미디언으로 활동할 당시 신랄한 정치 풍자로 유명했던 그릴로는 2009년 이탈리아의 부패한 기성 정치 타파를 외치며 컴퓨터 공학자 고(故) 잔로베르토 카살레조와 손잡고 오성운동을 창당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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