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금요일 등교거부 운동
SNS통해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
“어른들은 우리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눈 앞에서 우리의 미래를 빼앗고 있다”(그레타 툰베리, 2018년 12월 폴란드 세계 기후변화회의 연설 중)
10대들이 일어났다. 기후변화라는 전국가적 문제를 앞에 두고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른들을 대신해서다. 진원지는 유럽이다. 지난해 1월말 벨기에 도시 3곳에서는 3만여명의 학생들이, 비슷한 시기 독일에서는 1만 명의 학생들이 등교 대신 거리로 나서 ‘어른’들이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지난해 8월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시작한 등교 거부운동이 도화선이었다.
일명 ‘미래를 위한 금요일(Future for Friday)’라 이름붙인 10대들의 등교 거부운동은 오늘날 청년 기후변화운동의 상징이다. 독일의 한 고등학생은 워싱턴포스트(WP)에서 “우리는 게으르거나 학교를 가기 싫어서 등교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렇게라도 어른들에게 불편한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3면
10대 환경운동가의 메시지는 이제 전세계적 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월 세계 주요 도시의 160만 명에 달하는 10대들이 시위에 참여하기위해 학교에 나가지 않았고, 지난 9월 말에도 150개 국가의 청년들이 참여하는 기후변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진행됐다.
왜, 어떻게 10대들은 기후변화 운동의 주체로 부상했을까. 전문가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치적, 경제적 ‘기회비용’이 적은 10대들의 세대적 특징에서 찾는다. 10대들은 어른들이 갖고 있는 각종 이해관계가 이미 해결방안이 존재하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책을 실천에 옮기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마티아즈 알버트 빌레펠트 대학 정치학 교수는 “청소년들은 어른 세대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면서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의 일부, 특히 특정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방식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환경경영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알려진 앤드류 윈스턴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 “고착화된 시대적 인식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는 늘 젊은 세대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1960~80년대 당시 10~20대였던 베이비붐 세대는 흑인 민권운동과 베트남 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반전(反戰) 운동의 중심이었다.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오늘날 LGBT 등 소수집단의 인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SNS의 힘도 컸다. 10대들의 활발한 SNS 활동은 툰베리의 ‘파업’ 시위를 불과 몇 달만에 전세계적 움직임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가 청소년을 넘어 대중 운동으로 발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반전운동이나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군비 축소, 사회적 불평등 등의 이슈와 통합돼 전 세대로 확장됐으나 유럽 젊은 세대들의 환경 운동은 아직 일부 연령과 영역에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