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 향한 불편하고 당찬 메시지, 대중 경각심 고무시켜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도 올라
기후변화 운동의 아이콘이 된 스웨덴 출신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사진은 툰베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기후변화 파업 시위 참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AP]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2019년, 전세계 여론의 주목을 받은 인물을 꼽자면 스웨덴의 '환경소녀' 그레타 툰베리를 빼놓을 수 없다.
16세의 이 기후변화 운동가는 세계 1위 대국의 수장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트윗 대결을 벌이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주먹인사를 나눌 정도로 정계의 ‘인싸’로 거듭나고 있다. 무엇보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청년 기후변화 시위 ‘미래를 위한 금요일(Future for Friday)’를 주도하고 있다.
소위 ‘어른’들로 가득찬 객석을 앞에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은 뒷전에 둔채 ‘돈과 성장에만 관심을 갖는’(1월 세계경제포럼) 기성세대를 향해 ‘당신들이 나의 꿈을 빼앗아갔다’(9월 기후행동정상회의)고 말하는 툰베리의 당찬 언행들은 대중들을 고무시킴과 동시에 단숨에 ‘기후변화’를 핵심 이슈로 부상시켰다. 대중의 관심에 대한 환경운동의 목마름을 10대 소녀가 단숨에 해소시킨 것이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를 가지 않고 대신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10대인 자신이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고 환경 운동에 나설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어른들의 무책임함이 낳은 결과라고 말한다.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연사로 나선 그는 “저는 여기 위가 아니라, 바다 반대편 학교에 있어야 한다”면서 “당신들은 빈말로 내 어린 시절과 내 꿈을 앗아갔다”고 꼬집었다.
툰베리가 오늘날 환경운동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11살, 그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진단받았다는 사실이다. 보수 논객들로부터 ‘정신병자’란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되기도 하지만, 툰베리는 오히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신을 기후변화 문제에 눈을 뜨게 해준 ‘선물’이라고 밝히며 자신의 병을 당당히 공개해왔다.
그는 지난 9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것은 내가 표준으로 여겨지는 이들과 때때로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올바른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다르다는 것은 초능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0대 환경 소녀는 올해 노벨상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비록 수상의 영광을 누리지는 못했지만, 전세계를 누비는 툰베리의 기후변화 운동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된 지 불과 몇 시간 후인 지난 11일(현지시간)에도 미국 콜로라도 덴버의 한 공원에 모인 기후변화 시위대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툰베리는 자신이 노벨 평화상을 받지 못한 것에 “전혀 실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툰베리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그는 최근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소형 요트를 타고 15일 만에 대서양을 건넜다. 툰베리는 올 연말 유엔 기후변화회의가 열리는 칠레 산티아고까지 전기자동차를 타고 갈 계획이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