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국제 사회 규탄에도 공세 이어가…NYT " 자국 정치적 입지 강화용"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회담 후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의 북부 시리아 철수 결정 이후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군의 공격이 8일째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두 ‘스트롱맨(철권 독재자)’의 전횡에 쿠르드족의 운명을 둘러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에 대한 미 의회의 초당적 규탄에도 불구하고 터키 공격이 미국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또 한번 쿠르드족과 선을 그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과 제재에도 “쿠르드군이 먼저 철수해야 한다”며 시리아 북동부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터키 민족주의를 업고 쿠르드족의 위협을 제거하며 자국 내 통치력을 강화하기 위한 ‘야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미 언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취재진에게 “쿠르드군은 천사가 아니다. 그들은 대가가 있어서 싸운 사리적 이익을 노린 용병”이라면서 급기야 터키와 쿠르드족 간의 분쟁이 “미국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가 시리아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터키와 시리아 사이의 일이며, 미군 병사는 양국이 싸우고 있는 사이에 피해를 입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터키와 쿠르드족 간의 갈등에서 손을 씻은 것 같이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즉각 초당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그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 법사위원회 위원장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계속한다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라크 철수 결정보다 더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협공도 거세졌다. 같은날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찬성 354표, 반대 60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터키에 제재를 부과하는 법안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의안 통과 직후 시리아 문제 논의를 위해 마련된 대통령과 양당 지도부와의 회동 자리 역시 순탄치 못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시리아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이 현실가능성이 없음을 지적하며 “대통령이 ‘멘탈 붕괴(meltdown)’를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집권 정의개발당(AKP) 의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EPA] |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제 사회로부터 쏟아지는 비난과 제재에도 국경 지역 내 쿠르드군의 철수가 먼저라며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정전을 위해 급파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에도 ‘휴전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 국경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의 이면에는 터키 내에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도 강화하고자 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숨은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경 지역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고, ‘실존적 위협 상대’인 미국의 영향력을 지우고자 하는 목표 역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NYT는 “쿠르드족과의 전쟁은 야당이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심지어 야당 유력인사조차 에르도안의 작전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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