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검찰이 대(對)이란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터키 국영은행을 기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를 발표한 다음날 나온 조치로, 시리아 쿠르드족을 공격한 터키에 압박을 강화하는 양상이다.
뉴욕 남부지검은 15일(현지시간) 터키 국영은행 할크방크(Halkbank)를 대이란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와 사기 및 돈세탁 혐의로 기소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할크방크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어기고 이란이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금과 현금을 확보하도록 획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사이 다수의 유령회사를 통해 이란이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거둔 수익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행위에 터키와 이란 고위 당국자들이 가담했으며 이를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당국자들은 할크방크가 미국의 이란 제재 감시망을 따돌리도록 돕는 대가로 수천만 달러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된 할크방크의 재산을 몰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존 디머스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번 사건은 지금껏 적발된 대이란 제재 회피 행위 중 가장 중대한 축에 든다"며 "어떤 기업도 우리 법망을 피하거나 국가안보를 위협하면서 수익을 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의 시리아 군사 공격 중단과 즉각적인 휴전을 압박하기 위해 터키에 새로운 경제 제재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다음 날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갑자기 정책을 바꿔 시리아 북동부에서 미군을 철수한다고 밝힘으로써 터키가 해당 지역을 침공할 수 있게 사실상 길을 열어줬다.
이는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맞서 함께 싸운 미국의 동맹 쿠르드족을 위험에 빠뜨린 배신이라는 비판이 초당적으로 제기됐다.
비난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의 쿠르드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터키를 제재하는 한편 터키-쿠르드 간 중재 의향을 나타내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서고 있다.
pin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