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빠진 공간 빠르게 파고들어
美언론 “트럼프정책, 러 돕는 결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와탄 궁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를 만나 희귀종인 흰 매를 선물하고 있다. [EPA] |
시리아 북부 만비즈에서 터키군과 시리아정부군의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탱크 등을 앞세운 터키군은 만비즈 코앞까지 이동해 공격 대기에 들어갔다. [AP] |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를 겨냥한 터키의 군사작전(작전명 ‘평화의 샘’)이 러시아에 유리한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리아 북동부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인 만비즈에서 러시아가 순찰 임무를 수행하는 등 미군이 빠진 공간을 발빠르게 파고들며 지정학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스캔들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정책이 당초 예상대로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과 탄핵 논란으로 이어진 우크라이나 스캔들 모두 러시아에 이익이 된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15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미국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은 만비즈 지역에 병력을 결집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이들 사이의 충돌을 막기 위해 순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유프라테스 강에서 서쪽으로 30㎞ 정도 떨어진 만비즈는 지난 2016년 쿠르드 민병대(YPG)가 극단주의 테러 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고 차지한 요충지다. YPG를 테러 단체로 인식하고 있는 터키는 자국 안전을 위해 YPG가 만비즈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4일 “만비즈와 관련해 우리의 결정을 실행에 옮길 준비가 됐다”고 말했으며, 다음날 러시아 국방부는 “시리아 정부군이 만비즈와 그 주변을 완전히 장악했다”면서 이 지역에서의 군사 충돌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을 그 동안 지원해왔다.
시리아 주둔 미군의 철수로 생긴 공백을 러시아가 메우고 있는 상황으로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온 러시아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개입주의 외교정책 속에 버림받게 된 YPG가 시라아 정부군과 손을 잡으면서 시리아 전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게 된 것이다.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오랜기간 노력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터키군의 시리아 군사작전 개시 직후 미국의 전통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환대를 받으면서 과거와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와 불개입주의 외교 정책이 결국 러시아를 도와주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일제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WP는 오바마 정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업무를 담당한 에블린 파카스 말을 인용해 “푸틴을 기쁘게 하려는 이상한 욕망 때문에 트럼프는 우리(미국)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지타운 대학의 러시아 전문가인 앤드루 베넷도 “분명한 것은 트럼프의 철군으로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이 커다란 승리를 얻은 것”이라며, “푸틴이 갑자기 터키를 포함해 시리아 문제의 운전대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시리아 북동부 지역 미군 철수 결정으로 IS의 부활에 대한 우려가 커졌으며,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이 아무런 전투 없이 새로운 지역을 차지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박도제 기자/pdj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