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하기비스’가 지난 10월 12일 저녁 도쿄 인근 이치하라를 덮치면서 집이 부서지고 전봇대가 쓰러져 있다(위 사진).도쿄 번화가인 신주쿠 거리의 한 노숙자. [연합] |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초강력 태풍 ‘하기비스’가 몰아친 일본에서 태풍을 피하려던 노숙자가 대피소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15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도쿄(東京) 다이토(台東)구는 하기비스가 수도권을 강타한 지난 12일 구립 초등학교에 차려진 대피소에 피난하려던 노숙자 2명의 입소를 거부했다.
다이토구에 따르면 대피소를 관리하던 직원은 노숙자들이 대피소에 들어가려 하자 주소와 이름을 적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노숙자들이 “주소가 없다”고 말하자 직원은 “구민만 된다. 그 이외의 사람은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주소가 없는 노숙자는 태풍 피해를 보아도 좋다는 것인가”,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태풍이 치는 밤에 쫓아내는 인간성이 문제다” 등의 비판이 거세게 나왔다.
비판 여론은 이날 도쿄도 히노(日野)시의 다마가와(多摩川) 하천 부근에서 노숙자로 보이는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더 확산되고 있다.
비판이 거세지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각 대피소는 피난하는 모든 재난 피해자를 적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태풍 하기비스는 12일 저녁~13일 새벽 수도권을 비롯한 동일본 지역을 강타하며 큰 피해를 줬다. NHK 집계에 따르면 이날 낮까지 67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15명이 행방불명 상태다. 부상자는 212명에 달한다.
여기에다 이번 태풍과 관련해 여당 자민당의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의 실언으로 기름을 부어 아베 정권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 13일 태풍 피해 대응을 논의하는 자민당의 간부 회의에서 “예측에 비하면 그런대로 수습됐다고 느꼈다”고 말해 재해 상황을 가볍게 여긴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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