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잘못된 재판으로 살인죄 유죄 판결을 받아 19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데이비드 이스트먼(왼쪽)이 56억원 상당의 금전적 보상을 받게 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8차 범행과 관련 살인혐의로 20년간 복역해온 윤 모 씨 역시 이춘삼이 범행을 자백하면서 관련 법규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운자] 호주에서 잘못된 재판으로 살인죄 유죄 판결을 받아 19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남성이 56억 원 상당의 금전 보상을 받게 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호주 캔버라 대법원은 이날 재심에서 살인죄 유죄가 번복된 데이비드 이스트먼(74)에게 캔버라 정부가 702만 호주달러(약 56억 원)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스트먼은 1989년 1월 콜린 윈체스터 당시 호주 연방경찰청 부청장을 캔버라에 있는 윈체스터 부청장의 자택 근처에서 총격 살해한 혐의로 1995년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공무원 신분이었던 이스트먼은 살인사건 한 달 전 자신의 폭행죄 기소와 관련해 윈체스터 부청장을 만나 재고를 요청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윈체스터 부청장을 여러 차례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이스트먼을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인 끝에 1992년 그를 체포했다.

이스트먼은 1995년 첫 유죄 판결 후 상급심 항소와 이의제기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해 자신의 무죄를 끈질기게 주장했다.

2012년 윈체스터 부청장 사건을 재검토한 위원회는 결함이 있는 증거 탓에 ‘중대한 오심’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으며, 2014년 호주 수도권 대법원은 유죄를 파기하고 재심을 명령했다.

마침내 이스트먼은 투옥 19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고, 2018년에는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윈체스터 부청장 살인사건은 현재까지 미제로 남았다.

캔버라 정부는 이스트먼에게 380만 호주달러(약 31억 원)를 보상금으로 제시했으나 이스트먼 측은 이를 거절하고 소송을 냈다. 이스트먼이 복역하는 동안 그의 어머니와 동생 2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스트먼 측 변호사 샘 티어니는 “그는 삶의 상당한 부분을 상실했다”면서 보상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한편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수로 복역하다 2009년 가석방된 윤 모 씨 또한 최근 이춘삼이 범행을 실토하면서 재심 검토에 들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경찰이 부실·강압수사로 무고한 시민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웠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관련 법 규정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받게 된다.

형사처벌을 받은 무고한 피해자에게 국가에서 지급되는 형사보상금은 수사과정의 실수를 입증하지 않고서도 사법부의 최종 무죄 판결만으로 수령 가능하다.

보상금액은 구금일수에 그 해 최저임금법에 따른 일일 최저임금액을 곱한 것으로, 재판부 재량에 따라 최대 5배까지 한도 내에서 결정된다.

형사보상법 제5조는 ▷구금의 종류와 기간 ▷구금기간 중 입은 재산상의 손실과 정신적 고통, 신체손상 ▷경찰·검찰·법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 등을 고려해 보상액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 법원은 대체로 5배 상한선을 적용해 형사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윤 씨가 받을 보상금은 구금일수 1일당 최대 33만4000원(2019년 최저시급 8350원의 5배)이다. 이를 복역기간인 19년6개월에 대해 산재보상 산정시 적용하는 월평균 가동 일수 22일을 적용하면 총 5148일이 나온다. 이를 구금일수에 곱하면 윤 씨가 받을 보상금은 최대 17억 원이 넘게 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여기에 불법 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수감기간 중 정부가 제공한 의식주 등 생계비 공제, 지연 이자 등을 가감할 수 있는 요인이 있어 실제 보상금액은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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