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로이터]

독일의 대형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중국 사업 확장을 위해 다각도로 불법 로비를 했다고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독일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과 제휴해 보도했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이 은행 외부변호사들이 작성한 기밀 서류와 이메일, 내부 조사보고서, 고위 임원 인터뷰 등을 통해 입수한 도이체방크의 로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중국 기업 회장에겐 수정으로 만들어진 호랑이와 1만8000달러(약 2100만원) 상당의 고가 음향 시스템을 선물했다. 중국 국영은행의 고위 관계자에게는 그가 태어난 해인 1945년산 와인을 선물하기도 했다. ‘샤포 라피트 로쉴드’라는 이 와인의 가격은 4254달러(약 500만원)에 달한다고 NYT는 설명했다. 원자바오 전 총리의 사위나 며느리를 채용하는 등 자격과 무관하게 공산당 고위 관계자의 친인척을 채용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NYT는 이번에 드러난 로비 행각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보다 훨씬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도이체방크는 지난 8월 중국과 러시아에서 부패한 수단을 사용해 사업을 진행했다는 의혹으로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를 받았으며 1600만 달러(약 190억원)의 과징금을 내는 선에서 SEC와 합의했다.

NYT는 이 같은 전방위적 로비로 20년 전에는 중국에서 거의 존재감이 없었던 도이체방크가 급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2년까지 이 은행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요제프 아커만은 영국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불법 로비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의 일부였다”고 항변했다. 은행 측은 “과거의 특정 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당국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도이체방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대 채권은행으로, 미국 당국으로부터 트럼프 그룹과 불법 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