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중동 맹주 사우디 방문 푸틴… '전략적 동반자' 선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맨 왼쪽)과 살만 사우디 국왕(맨 오른쪽)이 14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이 러시아가 중동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워싱턴포스트)
미국의 시리아 철군 선언이 낳은 세력 공백을 틈타 러시아가 중동의 새 패권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지도력에 실망한 중동 국가들이 미국의 그늘을 벗어나 러시아의 손을 잡으려는 분위기도 이미 감지된다. 미국의 시리아 철군 조치가 결국 러시아에겐 기회가 된 셈이다.
시리아 정부를 지원해 온 러시아는 쿠르드 민병대(YPG) 척결을 선언한 터키군의 공격이 본격화되자 쿠르드족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 간의 협상을 중재, '대(對) 터키 연합전선' 구축을 이끌었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양 진영 간의 중재를 통해 미국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자신들의 역할론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군의 철수와 터키의 침략은 러시아가 책임있는 중재자 역할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면서 "이 지역의 많은 이들이 미국의 지도력을 불안정하게 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미국의 지원 하에 쿠르드족이 장악해 온 시리아 북부 지역을 러시아가 지원하는 정부군이 다시 점령한 것은 미국과 러시아 간 힘의 균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가디언은 "진정한 힘의 변화는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가 아닌 이 지역을 떠난 미국과 중동 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이 향후 중동 세력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14일 살만 사우디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 지도부를 만나고, '전략자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한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인 사우디가 미국을 등지고 러시아 편으로 돌아설 지 판단하기는 시기 상조다. 하지만 현재 사우디 정권 내에는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 당시 자신들이 배후로 지목한 이란에 대해 미국이 적절한 '대응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는 불만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포브스는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확실히 감소하고 있고, 러시아는 지금 영향력을 높이고 싶어한다"면서 "푸틴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러시아가 지역 강대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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