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티스트 배재혁 강연
-프로젝트 그룹 ‘무토’ 공연 압권
무토(MUTO)에서 거문고 연주를 맡고있는 박우재 [헤럴드디자인] |
적막이 흐르는 캄캄한 공연장. 한 남자가 전통 민요인 ‘도라지타령’을 부르며 관객 사이를 가로질러 등장했다. 이어 무대에 올라 거문고를 술대로 퉁기기 시작하자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의 묵직한 비트가 얹어졌다. 고동치는 리듬에 맞춰 조명이 켜지고 웅장한 그래픽 아트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음악과 영상, 무대 세트가 한데 어우러진 생경한 광경에 관객들은 매 순간 압도됐다.
10일 저녁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19’의 ‘아트나이트’(Art Night)는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프로젝트 그룹 ‘무토’가 감각적인 공연으로 무대를 채웠다. 무토는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 그래픽 디자이너 박훈규,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그룹 ‘이디오테잎’(Idiotape)의 프로듀서 신범호(DJ BUMHO), 조명 디자이너 홍찬혁으로 구성된 그룹이다.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진 무토의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모습 [헤럴드디자인] |
이날 무토는 오후 10시까지 이어진 공연에서 장르간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국악과 전자음악, 비주얼아트가 결합된 참신한 공연에 관객은 숨죽인 채 몰입했다. 이날 아트나이트를 찾은 김홍조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국악이랑 미디어아트를 접목시킨 무대는 처음 봤다”며 “음악과 미디어아트를 절묘하게 조합해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공연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패션계에 종사하는 정서윤 씨도 “거문고 연주에 전자음악이 가미돼 넋놓고 감상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관람했던 이현주 씨도 “음악과 그래픽아트, 조명이 어우러져 매우 역동적인 공연이었다”며 “특히 거문고 연주는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이어서 매우 인상깊게 봤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함께 아트나이트를 찾은 김성미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팀장도 “전통 분야에서도 작가주의 정신을 가진 젊은 창작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무토의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도 거문고가 창작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자신만의 공연을 선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팀보이드(team VOID)’의 배재혁 작가가 강연하는 모습 [헤럴드디자인] |
한편 이날 무토 공연에 앞서 ‘팀보이드’(teamVOI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배재혁이 강연을 진행했다. 팀 보이드는 송준봉, 배재혁, 석부영으로 이뤄진 한국의 젊은 미디어 아트 그룹으로, 국내에서는 드물게 로봇을 활용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산업 로봇을 이용해 마치 연극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듯한 공간 설치 작품이 특징이며, 젠틀몬스터를 비롯해 삼성전자, 나이키 등과 굵직한 브랜드들과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배재혁 작가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예술’이라는 주제로 관객들과 소통했다. 그는 “환경이 변화면 경제 시스템도 변하듯 모든 게 변한다”며 “예술 역시 이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가끔은 앞서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 신(scene)에서의 어떤 변화가 있다면, 그것이 사회적 변화의 단서가 될 수 있다”며 예술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박로명·이민경 기자/do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