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현지시간) 노동당 회의에서 제레미 코빈 대표가 당원들에게 연설 후 두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AP] |
“노딜 브렉시트와 제레미 코빈 모두 끔찍하다. 하지만 코빈보다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다”(영국 보수당 켄 클라크 의원)
제레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가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합의없는 유럽연합 탈퇴) 공포를 해소할 새로운 리더십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가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코빈 대표 주도의 극단적 좌파 경제정책을 감수해야하는 ‘차악’의 상황이 오히려 현재는 최선이자 유일한 선택이라는 계산에서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영국 정·재계가 노딜 브렉시트를 피해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한 때 자본가들과 은행들의 ‘골칫거리’였던 코빈 대표를 차기 리더로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 1야당의 대표인 코빈 대표는 노딜 브렉시트 반대파의 대표적 인물로, EU와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브렉시트를 3개월 연기하는 법안의 통과를 주도한 장본인이다. 동시에 그는 노동당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급진적 좌파’로, 기업을 강력히 규제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정책 입안을 추진하면서 ‘브렉시트보다 두려운 인물’로 종종 거론돼 온 인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소위 ‘시장주의의 적’으로 분류됐던 코빈 대표가 차기 리더십으로 급부상한 이유는 조기 총선 실시가 기정사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리스 존슨 총리가 제안한 백스톱(안전장치) 수정안이 EU와의 간극을 좁히기엔 역부족인 상황에서, 결국 EU와의 합의에 실패한다면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연기법’을 뒤집고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코빈 대표의 좌편향적 경제정책과 그가 주장하는 제 2 국민투표를 감수하는 것이 노딜 브렉시트보다는 나은 대안이라는 것에 공감대를 표했다.
크리스찬 슐츠 시티(Citi) 분석가는 “제2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코빈 정부와, 친기업적이지만 영국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보수당 정부 사이에서 나는 전자를 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코빈 대표가 차기 리더십을 위한 차선의 선택은 아닌만큼, ‘코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보수당 구토 베브 의원은 “코빈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가 야기할 손해를 회피할 단기적 대안 정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