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코리아, 라이자 루 한국展
파스텔색상의 물감이 두껍게 내려앉았다. 마카롱처럼 달콤함 마저 풍기는 색상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캔버스가 아닌 수많은 비즈(구슬)로 짜인 천 위의 컬러플레이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예쁘다’. 거기에 “비즈 천은 작가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부의 콰줄루나탈(KwaZulu-Natal)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줄루족 여성들의 도움으로 완성했다. 스튜디오에 출근하는 여성들은 이 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한다”는 설명이 따라온다. 아름다운데, 의미마저 깊다.
아프리카 여성들과 협업하며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작가 라이자 루(Liza Lou·50)의 첫 한국전이 서울 삼청동 리만머핀 서울과 송원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강과 뗏목’이라는 제목의 전시엔 작가 특유의 비즈를 활용한 작품 10여점이 나왔다.
뉴욕출생으로 로스앤젤레스(LA)에서 주로 활동하는 작가는 부엌 전체를 구슬로 덮어씌운 작품 ‘부엌(Kitchen)’(1991-1996)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휘트니미술관 소장품이기도 한 이 작품은 개수대의 비눗방울까지 구슬로 덮어 ‘돌봄노동’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여성 노동’을 미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작가는 “환경 재앙 등 우리 일상이 너무 끔찍함으로 넘쳐나는 시대에, 계속 예술을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예술 작품이 가치가 있나?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다”면서도 “결국 일상이 끔찍하기에 아름다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상적 개념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한 여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줄루족 여성들의 막대한 노동력도 그렇지만, 작가는 이 레이스처럼 얇은 비즈천을 잘라내고, 망치로 쪼개고, 덧대고 꿰맨다. 비즈천 사이 사이 마치 멍든 모양으로 보이는 유화물감까지 더해 완성한 작품은 색, 빛, 선, 부피, 질감을 작가가 총제적으로 재조합 한 결과물이다. 전시는 11월 9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