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홍콩 현지 언론이 정부가 복면금지법 시행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하자, 반정부 시위대 참가자가 '복면금지법 반대'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홍콩 정부가 우리나라의 계엄령에 준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을 발동, 반정부 시위 진압의 일환으로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이르면 4일(현지시간) 밤 12시(5일 0시)부터 시행한다.
긴급법은 비상 상황 발생 시 행정장관에게 시위 금지, 체포, 검열 등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법을 뜻한다.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법을 어기게 되면 최고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2만 5000 홍콩달러(한화 약 38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다만 이 규제가 불법 집회에만 적용될 지, 모든 시위에 적용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SCMP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신분을 숨기는 용도로 복면을 착용한 사람에게 경찰이 마스크를 벗으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도입할 지 여부에 대한 행정회의를 열었다.
마스크 금지법 시행 사실이 알려지자 주요 외신들은 이 법이 금융 허브로서 기존에 홍콩이 갖고 있던 ‘명성’마저 훼손하는 식민지적 발상임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스크 착용 금지는 홍콩에 불필요한 긴장감을 고조시킬 뿐더러 세계의 금융 허브인 홍콩의 명성마저 상처입힐 수 있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위원회 위원들에 따르면 이미 위원회 내부에서는 복면금지법 시행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왔다. 일부 위원들의 거센 반대가 있었지만 지난 1일 중국 국경일에 발생한 피격 사건 등 폭력 시위가 격화되자 위원회는 결국 복면금지법을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입법회 의장 재스퍼 창은 NYT를 통해 “복면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실제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찬성하는 이들은 해당 법이 폭력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반대론자들은 ‘무용론’의 근거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노란조끼 시위를 겨냥해 프랑스 정부가 비슷한 금지령을 내렸지만, 결국 조끼를 입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점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시위대 역시 정부의 복면금지법 도입을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게 되면 시위가 오히려 더 격화될 수 있으며, 온건적 성향의 참가자의 참여를 막음으로서 결국 강경 성향의 참가자들만 남아 시위를 이끌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정부가 복면금지법을 시작으로 이후 언론 통제와 추방, 민주적 권리 박탈 등 추가적인 비상권력 사용에 나설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홍콩대 법학전문대학원 사이먼 영 교수는 “(긴급법이 발동되면 복면금지법 외에) 다른 어떤 추가적인 조치, 혹은 이보다 더한 조치가 더해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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