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머핀 등 17개국 175개 갤러리 참여
방문객 30% 급증…판매액도 10.7% 늘어
콘스탄틴 브랑쿠시 황금빛 브론즈 조각
‘프린세스 X’ 87억5000만원 최고가
올해 최고 화제작이었던 페이스갤러리의 제임스 터렐 ‘아틀란티스’ .James Turrell, Atlantis, Medium Rectangular Glass, 2019, L.E.D. light, etched glass and shallow space, 142.2 x 185.4 cm, Copyright James Turrell, [Photo = Flying Studio, LA] |
오는 10월 영국 런던 테이트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갖는 백남준의 작품이 학고재갤러리에 출품됐다. 둘도 없는 친구이자 작가였던 요셉 보이스의 죽음을 추모한 ‘로봇(라디오맨, 요셉 보이스)’ |
이탈리아작가 파올라 피비의 작품. [연합] |
외형성장보다는 내실다지기!
세계 유수 아트페어를 따라잡겠다며 외형을 키워왔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올해는 한결 차분해진 모습이다. 2018년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가 처음 참여하며 제프 쿤스, 도널드 저드, 앨리스 닐의 작품을 선보이자 게르하르트 리히터(국제), 빌렘 드 쿠닝(페이스)등 현대미술 거장의 대형작품을 경쟁적으로 걸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2019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지난 29일 성료했다. 주최측인 한국화랑협회는 올해 키아프 기간(26~29일)동안 방문객 8만 2000명, 판매액 31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방문객은 30% 늘어나 미술작품에 대한 관심이 커졌음이 증명됐다. 판매액도 지난해(280억원)보다 10.7%늘어나 미술시장이 고전하는 가운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최대 방문객 기록만큼, 다녀간 사람의 면면도 화려하다. 전시기간중엔 BTS의 RM과 뷔, 전지현, 소지섭, 나얼 등 연예인들이 방문했고, 행사 마지막날인 29일엔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방문하기도 했다.
올해 관람객의 관심이 가장 집중된 작품은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 상설전으로 유명한 제임스 터렐의 ‘아틀란티스’(70만달러·한화 약 8억원)였다. 페이스갤러리는 부스안에 암실 형태의 구조물을 짓고 해당작품을 선보였다. 푸른색, 붉은색, 초록색 등 다양한 빛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며, 관객들을 명상에 빠지게 한다. 정면에서 볼때는 깊이가 전혀 없는 평면으로 보이나,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외부 패널 안으로 10센치 정도 파여있다. 두개 패널이 마주해 빈 공간을 LED조명으로 비춰 평면작품으로 보이게 하는 ‘빛의 마술사’다운 작품이다.
최고가 작품은 독일 디갤러리가 선보였다. 현대조각의 아버지로 불리는 콘스탄틴 브랑쿠시(1876~1957)의 황금빛 브론즈 조각 ‘프린세스 X’다. 프랑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가문의 선대 공주가 고개를 살짝 돌린 옆 모습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739만달러(약 87억5000만원)에 나왔다. 해당 작품은 8개 에디션 중 하나로,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등에 소장돼있다. 브랑쿠시의 조각 작품의 최고 경매가는 7100만달러(851억원)이다. 지난해 5월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낙찰된 바 있다.
김환기와 이우환 등 한국 단색화 대표작가들의 작품도 상당수 나왔다. 국제갤러리는 김환기(1913~1974) 구상화 대작 ‘정원’(145×88.5㎝)을 60억원에 출품했다. 이우환 작품은 크고 작은 갤러리 곳곳에서 선보였다. 위작문제가 터지며 시장에서 주춤했던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시리즈도 10여점 넘게 나왔다.
10월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작품은 두 곳에서 나왔다. 학고재갤러리는 백남준의 친구이자 작가인 요셉 보이스의 죽음을 추모한 ‘로봇(라디오맨, 요셉 보이스)’를 7억원에, CMAY갤러리는 대형 로봇형태의 ‘걸리버’를 100만달러(11억원)에 출품했다.
한국 아방가르드미술을 이끈 이건용(77)의 작품은 리안갤러리를 비롯 갤러리현대와 페이스 등 주요 갤러리에서 선보였다.
올해 처음 참가한 미국계 갤러리인 리만머핀은 현재 송원아트센터와 리만머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라이자 루(50)의 작품을 비롯, 한국작가 이불(55), 서도호(56)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313아트프로젝트는 지지수의 회화작품과 자비에 베이앙, 다니엘 뷔렌의 수작을, 갤러리 수는 신성시 되다시피 하는 ‘단색화’에 도발적 질문을 던지는 한진수 작가의 라이브액션 페인팅 기계와 최선 작가의 오수회화를 선보였다. 갤러리 바톤은 대형 벽면을 알록달록한 사진으로 채운 픽셀 회화인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작품을 선보였다. 맨눈으로는 추상화처럼 보이나, 카메라를 통해서보면 픽셀 속에 숨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찾을 수 있다.
판매와 상관없이 한국 미술을 프로모션하는 특별전에서는 1950년대부터 1979년사이 구상작품을 선보였다. ‘한국근대회화, 역사가 된 낭만’이라는 주제로 권옥연, 김환기, 도상봉, 박생광, 박수근, 변관식, 이중섭, 임직순, 황용엽 등 작가 26명의 작품 38점이 나왔다.
올해 키아프에는 17개국 갤러리 175곳이 참여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