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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헤럴드디자인포럼] 톱다운 대신 주민주도…‘공간-사람 연결’ 도시재생 새 길을 열다
英 ‘어셈블’ 창립멤버 마리아 리소고르스카야
18명의 예술가, 버려진 주유소를 영화관으로
주민 손잡고 시네롤리움 프로젝트로 대성공
빅토리아시대 공중목욕탕 공공전시장 개조…
벽화 일변도의 한국 도시재생에도 큰 시사점
마리아 리소고르스카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건축학도 출신들이 주축이 된 18명의 청년 예술가집단 ‘어셈블 스튜디오’의 작업 모습. [어셈블 제공]
Goldsmiths CCA의 외관.[어셈블 제공]

산업시대의 유물을 새롭게 활용하거나 슬럼화된 지역을 되살리는 도시재생이 이슈다. 영국의 산업혁명을 이끌며 대표적 공업도시로 성장했으나, 산업구조 재편으로 쇠락의 길을 걷던 리버풀은 18명의 영국 청년들, 예술단체 ‘어셈블 스튜디오(Assemble Studio)’를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마리아 리소고르스카야(32)는 어셈블 스튜디오의 창립 멤버로, 런던 세인트 마틴에서 건축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어셈블 스튜디오의 대표작인 시네롤리움 프로젝트(2010)부터 시작해 골드스미스 칼리지 CCA(Center for Contemporary Art)(2014)까지 참여한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리소고르스카야를 비롯한 18명의 어셈블 크루는 2010년, 버려진 영국의 한 주유소를 영화관으로 만드는 시네롤리움(CINEma+petROLEUM)작업을 시작으로 결성됐다. 영국 전역에 퍼져 있는 4000개 폐 주유소의 대안을 성공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들은 더욱 규모를 키워 도시재생의 영역으로 나아갔다.

2015년에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인 ‘그랜비 포 스트리츠(Granby Four Streets)’로 유럽에서 가장 명망있는 미술상인 터너상(Turner Prize)을 수상했다. ‘건축·디자인 분야’의 ‘그룹’이 수상자가 된 것은 상 제정 이후 처음이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리소고르스카야를 비롯한 어셈블 스튜디오 멤버들은 프로젝트 공간 안에 거주하는 주민이 중심이 된 변화를 꾀하는 게 특징이다. 리버풀의 번화가이자 인종적으로 가장 다양한 커뮤니티가 모인 도시였던 그랜비는 정부 주도의 탑다운 개발에서 많이 소외됐고, 결국 네 거리(Four streets)만 남기고 집들이 모두 철거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럼에도 지역 주민들은 주도적으로 주민토지신탁을 결성, 어셈블 스튜디오와 함께 도시재생에 나섰다.

어셈블 스튜디오는 주민들과 이미 슬럼화된 마을의 낡은 집들을 수리했다. 너무 낡아 수리가 힘든 집은 ‘윈터 가든’이라는 커뮤니티 장소로 만들었다. 실험적인 가정용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판매하는 ‘워크숍’도 설립했다. 여기서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해 얻은 수익은 또다시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훈련시키는 사업 자금으로 선순환됐다. 그러자 외부에서도 그랜비로 새로운 사람들의 유입이 시작됐고 다시 도시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어셈블 스튜디오는 터너상 수상 이후 더욱 정비된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스트 런던에 슈가하우스 스튜디오(Sugarhouse Studio)라는 공간을 마련해서 친목 모임이 아닌 정식 기관의 모습을 갖췄다. 또 다른 최근의 프로젝트는 지난 2014년부터 시작한 런던 골드스미스 칼리지의 ‘CCA’다. 빅토리아 시대의 대중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공공전시장으로 재탄생시켰다. 7개의 전시장과 큐레이터 스튜디오, 카페, 이벤트 공간으로 이뤄진 이곳은 학생, 예술가, 일반인에게 다양한 이벤트와 교육을 제공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시재생의 본질적 가치를 탐구했던 어셈블 스튜디오의 프로젝트는 도시재생에 막 눈을 뜬 한국사회에 어떤 영감을 줄까. 오는 10일 한국을 찾는 리소고르스카야는 어셈블 스튜디오의 비전을 한국 관객과 공유할 예정이다.

이민경 기자/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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