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손상된 석유 시설의 생산이 이달 말까지 완전히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폭등했던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진정세를 보였다.
17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6.48%(4.47달러) 떨어진 64.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전일 대비 배럴당 5.66%(3.56달러) 하락한 59.34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전날 역대 최고 수준인 19.5%까지 폭등했다. WTI도 전날 14.7% 치솟으며 2008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에 하루 최대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사우디 당국의 발표가 글로벌 원유 공급 우려를 완화시키면서 유가가 하락 반전했다.
블룸버그통신, CNBC 등에 따르면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이틀간, 테러 공격으로 중단된 원유 생산의 절반 이상을 회복했다”면서 9월 말까지는 생산이 완전히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고객들에 대한 원유 공급은 이미 피격 이전의 수준으로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축 물량을 이용해 수요를 맞추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공격을 받은) 아브카이크 석유 시설은 현재 하루에 200만배럴을 처리 중”이라며 “9월 말까지 피격 전 수준인 490만배럴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략비축유(SPR) 방출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유가가 크게 급등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략비축유 방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준비는 돼 있지만 현 시점에 당장 방출에 나서진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4일 사우디 최대 석유 시설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가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되면서 사우디는 하루 570만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이번 생산 중단은 역대 석유 시장에서 단일 사건으로는 최악의 규모다.
예멘 후티 반군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가운데 미국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을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p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