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우디 조사결과 따라 조치
군사해법보다는 외교해법 무게
미국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 두 곳을 공격한 배후로 이란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중동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란을 배후로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결정적 확증은 없으며 사실 확인이 끝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미국 행정부 관리를 인용,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을 이번 공격의 근거지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또 이란에서 발사된 20대의 무인기(드론)와 12발 이상의 탄도미사일 사진과 정보보고서 그리고 이에 대한 평가를 사우디 정부와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우디 정부가 공격에 이용된 무인기가 이란산이라고 밝힌 뒤 나왔다.
미국과 사우디가 이란을 정조준하면서 직접적인 무력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어마어마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전쟁에 대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시에 “(무력 사용은) 확실히 피하고 싶다”고 말해 일단 현 상황에서 무력보다는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이란이 협상을 원한다는 것을 안다”며 “언젠가는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역시 “이러한 침략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이란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며 미국에 보복을 요구하지도 않은 상태다.
WSJ은 백악관 내에서 이란 공격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자칫 더 큰 분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포함한 국가안보팀을 소집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논의했지만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또 다른 익명의 소식통이 WSJ에 밝혔다. 때문에 앞으로 미국과 사우디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란에 대한 대응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누가 공격을 했는지 확실히 알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자리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일정 시점에 사우디로 가서 그들이 생각하는 것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역시 현재 정확한 무인기 발사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공격을 조사하는데 다른 나라 전문가들을 참여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대응 방안을 결정하기 전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