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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사우디-예멘정부’ vs ‘이란-후티반군’…전선 한가운데 꽂힌 이란産 드론
사우디군, 석유 시설 피격에 사용된 무기 "이란산" 발표
정교함·성능이 후티 반군 역량 뛰어넘어…이란 배후설 가능성에 무게
예멘 내전 둘러싼 이란 vs 사우디 대립의 연장선 성격 짙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사 아람코의 석유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이 지목됨에 따라 예멘 내전으로 촉발된 사우디와 이란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예멘 지역에서 촬영된 한 여성의 실루엣 [EPA]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생산 시설에 대한 피격 사건 이후 고조되고 있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금세기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라 불리는 예멘 내전의 연장선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2015년 본격화된 예멘 내전은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 동맹군과 시아파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 간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청하고 나선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질적 공격 주체로 후티 반군이라는 '대리인'을 앞세워 적대국 사우디를 견제하려는 이란을 지목, 예멘 내전으로 촉발된 사우디와 이란 간의 긴장이 전면화되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사우디군은 사우디 아람코 석유 시설에 대한 피격에 대해 이란산 무기가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하는 데 사용됐다고 밝히면서 이번 공격에 이란 정부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앞서 이란 정부는 미국과 사우디가 자신들을 공격 배후로 지목하자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이날 사우디군 대변인인 투르키 알말리키 대령은 "조사가 진행 중이며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격에 사용된 무기들은 이란산"이라고 밝혔다.

피격이 발생한 지난 14일 '공격 주체'를 주장한 후티 반군은 이날 또 다시 "아람코의 석유시설이 여전히 공격 대상"이라고 위협하고 나섰지만, 미국과 사우디는 후티 반군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공격에 사용된 드론과 미사일이 후티 반군이 가진 역량 이상의 정교함과 성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이란이 배후에서 후티 반군을 지원했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 관리들과 무기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이란이 국방 전략의 일환으로 미사일과 드론 기술을 발전시켜 예멘 지역의 연합군에게 이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란은 이를 통해 자신들을 대신해서 공격할 수 있는 지역의 대리인들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에서 미사일과 드론을 사용된 것 역시 효과적으로 적대국을 견제하기 위한 이란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거리를 높임과 동시에 피격 대상국이 공격을 감지하도록 어렵게 만듦으로써 공격 효과를 최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미사일과 드론을 택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베남 벤 탈레블루 민주주의 수호재단 연구원은 "드론은 이란이 사거리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영토를 안전하게 유지하며 먼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서 "드론, 미사일, 로켓 등은 상대적으로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거듭 이란이 공격 주체로 거론되는 또 다른 배경은 예멘 내전이다. 시아파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란은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 동맹군과 예멘 지역에서 지난 5년 동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예멘은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예멘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사우디의 입장에서는 예멘이 후티 반군에게 장악당할 경우 이란과 이라크, 예멘 등 시아파 정부에게 둘러싸이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다.

게다가 이란 핵 개발을 둘러싸고 미국이 경제 제제를 비롯해 대(對)이란 '최대 압박'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사우디는 미국의 강력한 지지자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멘 내전으로 촉발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와 미국발 대이란 제재 강화라는 현 상황을 비춰봤을 때 이번 공격의 배후가 이란일 개연성이 더욱 높게 점쳐진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은 사우디를 견제하고 동시에 미국과의 협상 창구를 열기 위해 '지렛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라시아 그룹의 헨리 로마 애널리스트는 "이란은 (드론 공격을 통해) 미국과 궁극적인 대화를 위한 지렛대를 구축하고자 한다"면서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은 트럼프 행정부의 한계를 압박하겠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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