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i Knoebel, Bild 31.05.2016, 2016, Acrylic, aluminum, 219.2 x 267.8 x 4.5 cm. [리안갤러리 제공] |
색종이를 오려 붙인듯, 유기적 형태의 곡선과 직선이 자유롭게 어우러진다. 형태와 색감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추상회화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난다. 거대한 알류미늄판을 손으로 잘라 완성한 작품은 수공예적 질박함도 갖췄다.
독일 추상회화의 거장 이미 크뇌벨(Imi Knoebel·79)의 세번째 한국전이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빅 걸 앤 프렌즈(Big girl and friends)’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엔 인물을 암시하는 유기적 형태의 ‘빅 걸’과 ‘피겨(Figure)’연작을 포함, 2012년에서 2019년 사이 제작된 최근작이 나왔다.
크뇌벨의 작업은 구축주의나 아상블라주의 특성을 보인다 각기 다른 재료와 크기의 형태를 조합해 건축적 구조물을 만드는 방식으로 사각형이나 유기적 형태의 면이 겹치고 쌓아 올린 것 처럼 보인다. 리안갤러리측은 “회화이면서 동시에 조각의 조형적 문법을 소용해, 공간 전체와 관련성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근작인 ‘빅 걸’과 ‘피겨’는 작품을 보고 특정 인물을 직접적으로 연상할 순 없지만 화사한 색감이 생명감 넘친다. 초록, 분홍, 연두 등 단일계열 색조가 밑 칠한 다른 색채와 미묘하게 섞이거나 거칠게 불협화음을 내는 등 과감한 붓질이 그대로 보인다. 색을 흡수하지 못하는 알루미늄 재질의 특성으로 물감의 물질성과 날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도 크뇌벨 회화의 특징이다.
초기 흑백의 회화작업을 했던 작가는 197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색채를 작업에 활용했는데, 근작에는 핑크가 주요 색으로 등장한다. 이홍원 리안갤러리 이사는 “올해로 79세를 맞은 작가는 이제 성인이 된 딸과 손자·손녀들과 함께 대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며 “이같은 환경이 빅 걸과 피겨 시리즈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 짐작한다”고 했다.
크뇌벨은 20세기 초반 러시아 구축주의, 추상화의 탄생과 이론 정립에 기여한 카지미르 말레비치(Kasimir Malevich)와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을 비롯해 자신의 스승이던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색면추상 화가 바넷 뉴먼(Barnet Newman)등 서양미술사의 주요 거장들과 교류하고 영향을 받으며 자신만의 독창적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알루미늄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회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조각, 설치, 프로덕션 등의 개념적 특성을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