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하는 선후배가 뭉쳤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가구가 탄생했다. 권오상(사진 왼쪽), 김민기 작가. [아라리오뮤지엄 제공] |
만들고 남은 자투리 목재와 재료를 모아 가구로 만들었다. 손재주 좋은 작가의 취미처럼도 보이나, 엄연한 아트 퍼니쳐다. 만듦새가 완벽한 작가 제작 가구에 비하면 어딘가 부족한듯도 보인다. 그러나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으면 어떠랴. 50센치 높이의 앉은뱅이 스툴은 성인 남성이 올라가도 튼튼하기만 하다. 울퉁불퉁한 곡선도 어딘지 모르게 엣지가 있다.
조각을 하는 두 선후배가 뭉쳤다. ‘사진 조각’으로 유명한 권오상(45)와 가구 제작을 병행하는 조각가 김민기(37)가 그 주인공이다. 두 작가는 예술적 자율성이 극대화 된, 그러면서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이 담보되는 ‘아트 퍼니처’를 완성시켰다. “실제로 작가의 작업실에서 쓸 수 있는 가구들”이라는 권오상 작가는 “예술과 실용의 줄타기에서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오브제로 작동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민기 작가도 “가구냐 작품이냐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어느쪽이든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협업의 시작은 2017년 겨울, 권오상 작가가 김민기에게 작업실에 필요한 가구를 의뢰하면서 출발했다. 권 작가가 작업하고 남은 자작나무 합판을 김 작가가 랜덤하게 접합하고 채색한 뒤, 다른 재료를 덧붙여 즉흥적으로 완성했다. 의외의 ‘가구’가 탄생하자 둘은 의기투합해 조각인지 가구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과정에서 권작가는 좀 더 가구에 가깝길 원했고 김작가는 좀 더 오브제이길 바랐다. 생각의 차이는 불협화음이 아니라 작품의 특생으로 발현됐다.
“서로 손잡고 망치질하는 협업도 있지만, 실제로 그런 협업은 없다”는 권오상의 말처럼 둘의 작업은 극단과 모호함 속에서 서있다. 스튜디오에서 결혼반지를 잃어버리지 않게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는 ‘반지 보관대’와 당장이라도 쓸 수 있는 ‘녹색 스툴’이 그 증거다. 흥미로운건 이렇게 간극이 큰 작품들이라도 한 작가의 작품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예술작품인가 가구인가는 결국 관객의 결정에 달렸다. 이미 작업으로 완성됐는데도 그 정체성이 언제든 변화가능 하기에 ‘생명체’처럼도 느껴진다. 전시는 12월 8일까지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