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사안 재표결 불가 vs 상황 변화로 가능
친동생 갈등 표출 속 트럼프 대통령 우정 과시
[헤럴드경제=박도제] 영국 하원의 노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방지안의 가결과 조기 총선안의 부결로 체면을 구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조기 총선을 실시해 오는 10월 31일까지 EU를 떠나겠다는 고집을 꺽지 않고 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이견으로 친 동생까지 등을 돌리며 궁지에 몰린 존슨 총리에게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브로맨스(Bromance, 남자 사이의 진한 우정)’만이 그나마 위로가 되는 모습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5일(현지시간) 웨스트 요크셔에 위치한 경찰신병학교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 |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5일(현지시간) 웨스트 요크셔 지역에 위치한 경찰신병학교 연설에서 “나도 총선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조기 총선이) 브렉시트를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그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전날 영국 하원이 조기 총선 동의안에 대해 부결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존슨 총리는 오는 10월 15일 조기총선을 실시해 10월 31일 무조건 EU를 떠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않고 있는 것이다.
이날 제이컵 리스-모그 하원 원내대표도 다음주 의사 일정을 소개하며 9일 조기 총선 동의안을 다시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번 부결된 조기총선 동의안을 다시 상정해 표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의회규약에선 같은 회기에 동일한 사안을 다시 표결에 부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고정임기 의회법에 따르면 조기 총선이 열리려면 전체 의석의 3분의 2이상 찬성해야 한다.
전날 조기 총선 동의안은 제1야당인 노동당이 기권한 가운데 찬성 298표, 반대 56표, 기권 288표로 부결됐다.
이런 이유로 조기 총선 동의안을 재상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9일 재투표를 위한 상황 변화가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기 총선을 통해서라도 오는 10월 31일 EU를 떠나겠다는 존슨 총리의 고집은 형제간의 우정에도 흠을 내고 있다.
존슨 총리의 친 동생인 조 존슨 기업부 부장관은 5일 사퇴의사와 함께 “최근 가족에 대한 충성과 국익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존슨 부장관은 친 EU 성향으로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도 그는 EU 잔류를 지지했다.
영국 의회와 친동생의 반대에 부딪히며 궁지에 몰린 존슨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우정 표시가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의회 표결에 패배하며 만신창이가 된 존슨 총리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브렉시트 지지 의사를 다시금 확인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보리스는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멀리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지가 EU를 탈퇴한 영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기 위한 것으로 쉽게 변할 수 있는 복잡한 브로맨스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