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은 경계에 놓인 나무를 놓고 이웃 간에 벌어진 논쟁과 유사"
미중 무역전쟁이 촉발시킨 세계 질서 위기…"질서 재편의 순간에 와 있어"
23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로이터 교도통신]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한일 갈등은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여주는 증상 중 하나다"(데보라 엘름 아시아 무역센터 상무)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이후 불거진 한일 갈등이 경제-안보분야를 막론한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늘날 양국의 대치가 세계 질서가 붕괴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데보라 엘름 아시아 무역센터 상무는 CNBC의 한 프로그램에서 "두 나라의 무역분쟁은 세계 질서가 지금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그는 무역분쟁으로 출발한 양 국 간의 제재와 갈등 양상이 향후 안보 등 더 넓은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엘름 상무는 "무역 분쟁이 심화되고 더이상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분쟁은 안보 분야까지 확대되고, 이후에도 해결책 없이 갈등이 번지는 상황이 계속 될 것"이라면서 "결국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분쟁만 심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엘름 상무는 한일 갈등을 소유지 경계에 자란 나무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두 이웃의 논쟁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유지 경계에 있는 나무를 두고 두 이웃이 다투는 사이에 능선에서 산불이 나버린 꼴"이라고 덧붙였다.
한일 갈등 전에 이미 세계 질서의 붕괴 조짐은 감지됐다.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이 그것이다. 두 경제 대륙 간의 패권경쟁의 양상을 띄고 있는 오늘날 무역분쟁은 기존의 세계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엘름 상무는 "현 시점에서는 세계 질서가 무너질 수 있는 계기들이 많다. 어떤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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