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법원 '의회 중단' 위헌 판결·하원 '노딜 저지 법안' 통과 가능성 등 '역풍' 여전
존슨식 강경 대응, '재협상안'에 대한 EU·의회와의 협상력 강화 효과 낳을 수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연설을 하고 있다. 강경 브렉시터인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시한을 2달 여 앞두고 브렉시트 강행을 위해 '의회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AP]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면서, 초유의 '의회 중단' 시도를 둘러싼 반발을 진압하고 나섰다. 하지만 의회 중단에 대한 스코틀랜드 법원의 위헌 여부 판결이 예고돼 있는데다, '노딜 브렉시트(합의없는 영국의 EU탈퇴)'를 저지하기 위한 야당 및 '반(反) 존슨' 진영의 의지도 강한만큼, '의회 중단' 조치의 후폭풍이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존슨 총리는 영국과 EU 관계자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취임 첫 날부터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단호히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면서 "최근 EU 지도자들과의 논의에서 그들이 '반민주적 백스톱(안전장치)'의 대안을 논의할 의향이 있음을 알았고, 이제 양 측이 속도를 높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가 적극적인 협상 의지를 밝힌 데에는 '의회 중단' 조치 이후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와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존슨 총리는 영국 여왕에게 오는 10월 14일에 의회 개막 연설을 해줄 것을 요청, 영국 의회를 한 달 간 중단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야권은 존슨 총리가 의회를 무력화시킴으로써 브렉시트를 둘러싼 잡음을 원천 봉쇄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이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흔드는 '행위' 라며 즉각 반발했다.
존슨 총리의 여론 달래기에도 역풍은 여전히 거세다. 가디언은 "정부는 의회 중단을 막기 위한 의회와 법률가, 그리고 시위대들의 저항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30일에는 의회 중단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스코틀랜드 법원의 판결이 예고돼있다.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최고 민사법원은 의회 정회에 대한 시민단체 '굿 로 프로젝트'의 위헌 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현재 여야 영국 하원 및 상원의원으로 구성된 75명의 초당파 모임이 '위헌 소송'을 지지하고 있다.
야권이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법안을 내주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리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 9월 3일 여름휴회기를 마치고 재개되는 의회에게 노딜 저지 법안을 통과 시킨 후 왕실의 동의를 받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2주 뿐이기 때문이다. 보수당 의원들이 법안 무효화에 나설 경우 2주의 시간은 다소 촉박하다.
초당적 반발에 의회 중단 노력이 제동이 걸리더라도 존슨 총리 입장에서는 이번 의회 중단 시도가 실(失)보다 득(得)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딜 브렉시트', '의회 중단' 등 존슨 총리가 보여준 일련의 강경 드라이브가 향후 EU 및 의회와의 협상력을 제고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전망에서다.
가디언은 "의회 중단 반대를 주장해 온 각료들은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기대에 동참해왔다"면서 "'노딜 브렉시트'를 둘러싼 위기감이 존슨 총리의 협상력을 강화시키고, 노동당 의원들도 '노딜'의 위험 대신 재협상을 지지하는 편을 택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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