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 가스 규제도 완화 추진
환경단체 “반창고 수준의 규제조차 떼어버리려 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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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지난 4월 알래스카 연방 지법은 알래스카 인근 북극해와 북대서양 연안 시추 금지 조치를 해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2024년까지 북극해는 물론 동부 대서양과 남부 걸프만 등의 연안 시추를 대폭 허용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에 제동을 건 것이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 12월 해당 지역을 무기한 석유·천연가스 시추 금지 지역으로 지정했다. 시추 작업 중 유출 사고가 일어나면 지역 생태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딥워터 호라이즌호 폭발 사고 이후 강화된 해양 시추 안전관련 기준을 완화했다. 딥워터 호라이즌호 폭발은 2010년 발생한 미 역사상 최악의 해상 원유유출 사태로, 5개월 동안 7억7000만ℓ의 원유가 쏟아지면서 멕시코만 주변 해역과 미 남부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피해액은 600억 달러(약 7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아픈 기억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만 원유 시추 허브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밀어붙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석유패권을 향한 규제 퇴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앤드류 휠러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석유 및 가스 시추 과정에서 메탄 누출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정책안을 제출했다.
메탄 배출규제 역시 오바마 행정부에서 도입된 것으로, 석유 기업들은 신규 유정, 저장고, 송유관에서 누출되는 메탄을 감시하고 억제하는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와 함께 기후변화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환경보호기금(EDF)에 따르면 메탄은 전체 온실가스의 15%를 차지하며 지구온난화 기여도는 25%에 달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석유 기업이 배출하는 메탄이 미국에 등록된 자동차의 25%인 6900만대가 내뿜는 것과 같은 양이라고 설명했다.
이 규제가 없어지면 석유 기업은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유통 비용을 아껴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EPA는 해당 규제가 없어지면 석유회사는 연간 최대 1900만 달러(약 230억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도약한 미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까지 완화 혹은 철폐하면서 석유산업 확충을 통한 석유패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센터의 게이시 시겔 기후법연구소 소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한 규제는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정도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마저도 떼어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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