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1010억 달러 규모 채무 재조정 추진 발표…시장 '재정 위기' 원인 진단
마크니 대통령 '개혁 실패' 책임 놓고 국민 심판…10월 대선서 좌파 정권 회귀 가능성 ↑
지난 12일(현지시간)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크게 패배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마크니 대통령은 오는 10월 치러지는 대선에서도 '경제 개혁' 실패의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AP]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아르헨티나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하면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재선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취임 당시 친시장·친기업주의자로서 ‘반시장 경제 개혁’을 약속했던 마크리 대통령은 ‘국가 역사상 9번 째 디폴트’ 위기 속에서 개혁 실패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아르헨티나가 또 한번의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29일(현지시간)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발행하는 장기 외화채권 신용등급을 기존 ‘B마이너스(-)’에서 ‘SD(selective default·선택적 디폴트)’ 상태로 강등시켰다.
SD 등급은 채무 일부에서는 부도가 발생했지만, 다른 채권에서는 상환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아르헨티나의 부채 상환 능력이 더 악화되면 등급이 ‘D(default·지급불능)’ 상태까지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디폴트 위기가 고조되는 배경에는 아르헨티나를 덮친 정치적 불확실성과 재정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지난 11일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좌파 포퓰리즘’ 연합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현 마크리 대통령에게 크게 앞서자,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 하에 주가와 페소는 급락했다. 당시 블룸버그는 신용부도스왑(CDS)이 예고하는 향후 5년 이내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이 90%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의 채무 재조정 추진 발표는 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28일 아르헨티나가 1010억 달러 규모의 채무 재조정에 나서면서 사실상 부채 상환 능력이 없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날 헤르난 라쿤자 재무장관은 단기물 채권에 대한 70억 달러 규모의 이자지급을 연기키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추가로 500억 달러 규모의 장기물 채권에 대한 채무 조정과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440억 달러 규모의 채무 만기 연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라쿤자 장관은 ‘유동성 스트레스’를 채무 재조정의 이유로 들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가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었다.
경제 위기의 책임은 고스란히 마크니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다. 집권 4년 동안 경기는 끊임없이 후퇴했고, 두 자릿수의 실업률은 해소되지 않았으며 인플레이션 역시 65%에 달하고 있다. 지난 예비선거와 마찬가지로 오는 10월 예정된 대선에서 마크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희박하다.
포브스(Forbes)는 “재정 및 경제적 안정 측면에서 마크니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면서 “IMF의 구제금융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에 붕대를 감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경제를 개혁하겠다는 야심찬 마크니 대통령의 계획이 결국 아르헨티나를 취임 이전의 상태로 복귀시켜놓는 결과만 낳았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크니 대통령은 경제 문제를 더 강력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 “임기 초에 재정 통합을 가속화하고, 외채가 아닌 국내 금융에 더 의존했다면 국가 경제의 취약성은 훨씬 더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