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해소 국채금리 안정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 [AP] |
이탈리아의 반체제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민주당’이 28일(현지시간) 새로운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고, 주세페 콘테 현 총리에게 차기 내각을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간 연정 붕괴로 혼란에 휩싸였던 이탈리아 정국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콘테 총리의 역할도 주목되고 있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오성운동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는 이날 대통령 집무실인 로마 퀴리날레궁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과 연정 관련 협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발표했다.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콘테 총리에게 차기 내각 구성 권한을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니콜라 진가레티 민주당 대표 역시 콘테 총리가 차기 연정에서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진가레티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양당 간 이번 연대는 이탈리아에 진정한 전환점”이라며 “우리는 이탈리아를 사랑하고 이 실험을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양당은 앞서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동맹이 1년2개월 만에 오성운동과의 연정 붕괴를 선언하자, 새 연정 협상에 박차를 가해왔다.
BBC방송은 “의회 내 오랜 앙숙이던 양당이 연정 구성에 전격 합의한 것은 조기 총선을 요구해 온 우파 민족주의자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두 정당이 손을 맞잡음에 따라 살비니 부총리에게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법대 교수 출신인 콘테 총리는 지난해 6월부터 동맹과 오성운동 간 연정의 조율자 역할을 해왔다. 그는 동맹이 연정 붕괴를 선언한 뒤 지난 20일 사임을 발표했지만, 마타렐라 대통령의 요청으로 총리직을 유지해왔다. 무소속이지만 정치적 성향은 오성운동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날 콘테 총리 유임 문제로 연정 협상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민주당이 콘테 총리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갈등이 간신히 봉합됐다.
CNN은 “콘테 총리는 지난해 6월 총리가 되기 전에는 한번도 정치에 참여한 적이 없다”이라며 “당시 그가 총리가 된 것은 반(反) 이민과 유로화 강령을 내세운 오성운동의 포퓰리즘적 연정을 이끌기 위한 절충안이었는데, 새 연정에서도 또 다시 총리로 지명됨에 따라 그 역할이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조기 총선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1% 아래로 내려가는 등 금융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한편, 마테렐라 대통령은 29일 콘테 총리를 퀴리날레 궁으로 불러 면담할 예정이다. 마테렐라 대통령이 콘테에게 차기 내각 구성 권한을 줄 경우, 장·차관 배분과 핵심 정책을 타결짓기 위한 ‘연정 협상 2라운드’의 막이 오르게 된다. 다만, 오랜 적수였던 양당이 핵심 현안 등에 대해 갈등을 되풀이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