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와 다른 美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에 피로…투자자 민감도 감소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은 여전히 시장의 불안 요인 중 하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정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된 '즉흥 발언'에 대한 시장의 반응만큼은 예전같지 않은 분위기다. 과거 트럼프의 발언 하나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투자자들이 더이상 트럼프식(式) 언사에 휘둘리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전후로 거듭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들은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 기조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했다. G7 회의를 앞둔 23일까지만 해도 "우리는 미국이 필요없다"며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사흘만인 25일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재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강경 노선 완화를 시사했다. 하지만 곧장 미 행정부 관료들이 사태 진압에 나섰고, 백악관의 대중 강경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변덕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중국이 무역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전화를 두 차례 걸어왔다"고 밝히면서 무역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중국은 '금시초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전화' 발언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다우 존스 산업평균지수와 S&P 500지수는 각각 1% 이상 상승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증시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투자자들이 미중 간 무역 긴장이 완화 무드에 가까워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베다파트너스의 헨리에타 트레이즈 경제정책연구 책임자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미중 양 국이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증거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이 사실과 다른 발언을 수 없이 해왔고, 그로 인해 투자자들이 점차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에 일일이 신경쓰지 않게 됐다는 분석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내뱉는 말의 무게는 정부 관료들의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행보는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반면 관료들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것만은 분명하다. 트레이즈는 "시장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 있어 므누신과 커들로의 발언이 갖는 효과는 (예전보다) 훨신 덜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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