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 나잇 (Festival Night) 오프닝 행사서 진행된 무토 (MUTO)의 공연 장면. |
누에고치 속 인간은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온 몸을 비틀고, 입 주변에 달린 마이크에 소리도 지른다. 그러나 관객에게 보이는 건 꿈틀거리는 하얀 덩어리와 웅웅거리는 기계음일 뿐이다.
정승 작가의 ‘프로메테우스의 끈 VI’은 강력한 사운드와 함께 관객에게 다가온다. 생명의 물질적 본질을 정보전달의 연속성과 연결한 미디어 조각프로젝트다. 정 작가는 “3D스캐너가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스캐닝의 결과물이 원본은 아니다. 전산화 과정에서 뭉개지는 모습을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신체 덩어리로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김종휘) 금천예술공장은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미디어아트 축제 ‘2019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을 지난 23일부터 개최하고 있다. 올해 8회째를 맞는 ‘다빈치 크리에이트 페스티벌’은 국내 미디어아트 예술가를 발굴하는 동시에 국제 미디어아트 동시대를 감상 할 수 있는 전시로, 국내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중 아트앤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리빙 라이프(Living Life)’다. 기술과 생명, 예술을 키워드로 인공지능과 유전자 조작, 미세먼지를 비롯한 기후변화 등 당면한 환경문제 속에서 ‘생명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축제를 이끄는 전혜현 예술감독은 “그동안 ‘다빈치 크리에이티브’가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예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기술의 태동이자 종착점인 인간을 성찰하고자 했다”며 “기술과 예술이 우리 일상과 멀지 않음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권병준, 김성욱, 김준수, 박얼, 오주영, 정승, 정혜정Ⅹ노경택Ⅹ조은희, 함준서 등 국내 작가 8명(팀)과 애니 리우(Ani Liu), 게놈 요리 센터(Center for Genomic Gastronomy), 논휴먼 난센스 ( Nonhuman Nonsense Collective), 피나르 욜다스(Pinar Yoldas), 샤샤 스파찰(Sasa Spacial) 등 해외작가 5명(팀)이 참여한다.
전시 작품들은 섣부르게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우려하기보다 현재 상황에 질문을 던진다. 미래를 만드는 것도 결국 인간이기 때문으로 읽힌다. 유전자 조작된 분홍색 닭을 가정해 ‘인류세’를 가시화 하거나(논휴먼 난센스, 핑크 치킨 프로젝트), 유전자 조작으로 생명을 디자인할때 드러날 인간의 욕망을(피나르 욜다스, 디자이너 베이비) 끄집어낸다. 전시는 9월 11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