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또 신랄히 비난했다. 그것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 비아리츠에서다.
미국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외국을 방문하는 동안엔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는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게 관례다. 특히 외국 땅에선 전임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자제한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이를 무시하고, 외국 순방에 쏠린 스포트라이트를 정적을 비판하고 정치적 논란을 부추기는 데 이용했다고 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비아리츠 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옛 G8(주요 8개국) 회의에서 추방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보다 '한 수 아래'(outsmarted)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러시아가 화학무기 공격을 저지른 시리아에 대해 군사적 위협을 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자 러시아를 G8에서 추방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후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불법적으로 병합하자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곤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당시 러시아를 제외한 G7 국가들은 이를 문제 삼아 러시아의 G-8 정상회의 참가 정지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는 이것(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 병합)이 발생했을 때 그 문제가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에게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어서 러시아를 G8 회의에서 추방하기를 원했고 그렇게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푸틴에게 의표를 찔린 것이다. 그는 (푸틴보다) 한 수 아래였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내년에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G7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을 초청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를 관여시키는 게 전 세계 안보에 좋은 일이라면서 “러시아를 (G7이라는) 텐트 밖에 두는 것보다 텐트 안에 두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도 푸틴 대통령이 주요 선진국들의 지도자들이 매년 모이는 회의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프랑스로 출발하기 전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을 폄하하고 러시아의 G8 복귀를 지원하겠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비슷한 감정을 드러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한 수 위였기 때문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러시아가 G8 회의에 있는 게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오바마는 러시아를 탈퇴시키길 원했으나 나는 러시아를 가입시키는 게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usn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