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제약사에 마약성 진통제 과잉 조제 책임 물은 첫 사례"
1999년 이후 진통제·헤로인·불법 펜타닐 과용으로 美서 사망한 사람 40만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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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법원이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에 아편계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위기를 부채질한 책임이 있다며 5억7200만달러(약 6947억원)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워싱턴포스트(WP),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오클라호마주(州) 클리블랜드 카운티 법원의 사드 보크먼 판사는 26일(현지시간) 존슨앤드존슨이 오클라호마주 오피오이드 남용 위기에 책임이 있다며 이로 인해 황폐화된 오클라호마주와 주민들을 위한 치료에 해당 비용을 지불하도록 판결했다.
보크먼 판사는 "오피오이드 위기는 오클라호마주를 파괴했고, 즉시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WP는 “보크먼 판사의 이번 기념비적 판결은 수년간 오피오이드를 과다하게 조제한 결과에 대해 제약사에 책임을 물은 첫 사례”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오피오이드 판매가 자유화되면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과 중독이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1999년 이후 진통제, 헤로인, 불법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미국에서 사망한 사람은 40만명이 넘는다고 WP는 설명했다.
마이크 헌터 오클라호마주 검찰총장은 2017년 존슨앤드존슨과 퍼듀, 테바 등 3대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장에서 이들 회사가 오피오이드의 잠재적 중독성을 축소하고, 의사들을 설득해 경미한 통증에도 이 약을 처방하도록 하는 등 공적 불법 방해(public nuisance·일반 대중에게 해를 주는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90년대 말 이전에는 의사들이 이 약을 주로 암 환자나 수술 후 통증 완화, 시한부 환자 치료 등에만 사용했다.
오클라호마주는 소장에서 2000년 이후 오피오이드 과용으로 죽은 주민이 6000명이 넘고, 2017년에는 약국에서 조제된 오피오이드 처방이 시간당 479건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헌터 검찰총장은 제약사들 중에서도 특히 존슨앤드존슨이 오피오이드의 유통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직접 판매하는 제품은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 제약사들이 판매하는 오피오이드계 진통제의 60%를 재배하고 가공해 공급했다는 것이다.
존슨앤드존슨 외에 퍼듀와 테바는 소송이 시작되기 전 각각 2억7000만달러, 8500만달러를 내기로 합의하고 소송을 종결했다.
이날 존슨앤드존슨에 부과된 배상금은 당초 예상보다는 적은 액수다.
헌터 검찰총장은 당초 175억달러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5억7200만달러만 인정했다.
시장의 우려보다 낮은 금액에 존슨앤드존슨의 주가는 이날 판결 후 5.4% 상승했다.
미국에서는 오클라호마주 외에도 40개 이상의 주들이 제약업계를 상대로 비슷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번 판결은 첫 번째 사례로 향후 주 정부나 제약사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고인 주 정부 측 변호인은 이번 판결이 10월 시작될 예정인 대규모 연방정부 차원의 소송에 선례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소송에는 약 2000개의 도시와 카운티, 미국 원주민 부족 등이 참여한다.
과실을 인정하지 않아온 존슨앤드존슨은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오피오이드를 제조한 자회사) 얀센은 오피오이드 위기를 초래하지 않았고, 사실 관계나 법률은 이번 판결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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