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유화발언으로 증시 끌어올린 뒤 이를 치적으로 홍보
잦은 ‘트럼프 풋’에 시장 피로감 누적
WSJ, 무역협상 재개 기대에도 “투자자들, 회의적이어야 한다” 주문
[AP]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중국과 무역협상 재개 가능성을 내비치자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 불안감에 증시가 하락하면 대중 유화발언을 내놨고 증시는 어김없이 상승하며 기대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반복된 패턴에 점차 트럼프 대통령의 ‘뒤죽박죽 전술’이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27포인트(1.1%) 오른 2878.38로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매우 진지하게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고 말해 협상 재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23일 중국의 보복관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S&P500지수를 2.59% 급락시킨 것과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이 주가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2월 초다. 당시 S&P500지수는 2400선이 뚫린 뒤 2300선마저 위협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1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별다른 대가 없이 관세 인상을 90일 유예한다고 밝혔고 이틀 뒤에는 “(무역회담에) 아주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이후 S&P500지수는 본격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주식시장 강세를 대표적인 치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더없이 완벽한 성공사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초 중국과 무역협상 결렬 선언 뒤 증시가 하락하자 지난 6월 멕시코와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을 내비치고 7월 중국과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데 합의했다는 등의 발언으로 S&P500 지수를 끌어올렸다.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변수는 중국과 무역협상이고 이를 좌우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인 셈이다. 이른바 ‘트럼프 풋’(Trump put)이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 오락가락하는 발언으로 지수를 단기적으로 좌우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시장의 피로감은 점차 쌓이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일부 연기 방침에 시장이 반등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주식시장 구출에 기대를 걸지 말라”고 20일 지적했다. 이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협상 재개 기대 발언에도 “투자자들은 회의적이어야 한다”면서 무역전쟁 고착화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고 있는데다 무역전쟁 피해를 덜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어 양국 간 갈등이 내년 미 재선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을 적이라고 했다가 불과 3일만에 훌륭한 지도자라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 바꾸기에 그의 지지층에서조차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의 마이클 도란 선임연구원은 NYT에 “자신의 의도를 상대에게 철저히 숨기는 전략이 미덕일 수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너무 극단적으로 구사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언제까지 그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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