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소극적 연준에 불만
대중 전략 중대 변화 가능성 관측
[헤럴드경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을 싸잡아 ‘적(enemy)’으로 지칭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야기된 세계경제 불확실성에도 중국이 한치의 물러섬 없이 미국산 주요 제품에 관세를 물릴 방침을 밝힘에 따라 시진핑 주석을 향해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미국 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해선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왔는데 파월 의장이 이날 이에 소극적인 발언을 한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폭발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 “나의 유일한 질문은 파월 또는 시(진핑) 주석 중에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이냐는 것”이라고 썼다.
이런 노골적 적대감 표출은 경제정책 성과를 앞세워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들이 우호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경기침체기에 진입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 재임 마지막 2년 중 경기침체가 발생한 대통령 가운데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1900년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한 명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중 무역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고, 내부적으론 경기부양 효과를 볼 수 있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수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도, 파월 의장도 현재까진 협조와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으로 읽힌다.
중국은 이날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와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아울러 관세 면제 대상이던 미국산 자동차·자동차 부품에도 관세를 물린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앞서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기기로 한 데 대한 보복조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우리는 중국이 필요없다”며 대응조치에 나설 뜻을 밝혔고, 결국 55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방침보다 5%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적’ 발언을 두고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이 변화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시 주석에게 ‘친구’라는 표현을 써왔는데, 이제 극한 표현으로 바뀐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 와중에 시 주석을 적이라고 부르며 친선의 가식을 내려놨다”며 “중국을 향해 더욱 대결적인 전략으로 깊이 변화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WP는 아울러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거래에 희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는 파월 의장에게도 뻗쳐 있다.
파월 의장이 이날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향후 금리 운용에 관한 시사점을 내비칠 것이라는 대체적인 관측과 달리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암시하는 단서를 거의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연설 내용이 보도된 뒤 “예상대로 연준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매우 강한 달러와 매우 약한 연준을 갖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중국만큼 나쁜 미국의 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전례 없는 공격을 확대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 개월간 파월 의장을 비난해왔다. 연준의 금리정책이 기대한 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그러나 적으로까지 규정한 건 처음이다.
AP통신은 연준에 관해 4권의 책을 쓴 경제학자 데이비드 존스가 “이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중앙은행의 역사에서 신성시해온 중요한 것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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