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를 빚고 있는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톤의 한 도로. [AP] |
경기가 좋을수록 교통 체증이 악화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용률이 높아지고, 소비가 활성화되면 도로에 출퇴근과 물류 수송을 위한 차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즉, 늘어난 교통 체증은 ‘강한 경제’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22일(현지시간) 텍사스 A&M 교통연구소가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인들의 통근시간은 교통량이 적은 시간과 비교해 하루평균 12분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출퇴근에 추가로 할애한 시간은 54시간으로, 2000년(38시간) 대비 16시간 가량 증가했다.
보고서는 교통 체증 악화가 최근 몇 년간 미국 경제에 강하게 작용한 호황의 결과물이란 결론을 내놨다. 실업률 저하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일터로 출퇴근을 하고, 늘어나는 소비 수요를 맞추기 위해 트럭이나 각종 물류 수단들이 도로에 늘어나면서 교통 체증을 가중시켰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도 경기와 교통 체증은 뚜렷한 연관성을 보여왔다. 미국의 교통 체증은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2000년대 중반에 닥친 불경기 동안 잠깐 주춤한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지나간 2009년 이후 교통 체증은 다시 증가세를 보였고, 덩달아 교통 체증으로 인한 통근 지연 시간도 연간 약 1시간 씩 늘어났다.
미국에서 교통 체증이 가장 심한 상위 5개 도시 중 3개가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경기와 교통 체증의 상관관계를 뒷받침한다. 캘리포이나주 경제는 최근 몇 해 간 유례없는 속도로 성장했는데, 2012년 이후 캘리포니아주의 경제 성장률은 미국 전체 경제성장률을 모두 앞질렀다.
보고서는 “교통 체증은 도시 내에 새로운 거주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새 거주자들에게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도 도시가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가장 교통체증이 심한 도시에 오른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운전자들이 2017년 기준 하루 평균 거의 30분씩, 연간 119시간을 교통 체증에 할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 D.C가 하루 평균 24분, 뉴욕이 약 21분, 캘리포니아 산호세가 19분으로 그 뒤를 이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