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펠로시 하원의장·마클 英 왕자비에게도 같은 표현써
美 PR 전문가 "트럼프는 성차별주의자 아냐…그는 여성혐오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열린 참전용사 단체 암베츠(AMVETS) 행사에서 참여해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과거 자신을 '여성혐오자'라고 표현한 메건 마클 영국 왕자비를 향해서도 "그가 형편없는 사람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21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매각 논의를 거부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를 향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형편없다(nasty)'고 비난했다.
지난 2016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래 세계는 '트럼프식 화법'에 꽤 익숙해져왔다. 많은 이들이 그의 표현방식이 대통령답지 않고 정제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종종 쓰는 '형편없다'는 표현만큼은 쉽게 지나치기 힘들다. 그 대상이 늘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호프스트라대의 카라 알라이모 PR 전공 교수는 CNN에 기고한 '트럼프는 '형편없는' 문제를 갖고 있다'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단어를 비슷한 패턴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 같은 표현은 곧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혐오적 성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여성혐오와 성차별은 분명 다른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고위직에 다수의 여성 인사들을 중용해왔다. 켈리앤 콘웨이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 첫 여성 중앙정보국(CIA) 국장인 지나 해스펠, 그리고 자신의 딸이자 핵심 참모인 이방카 트럼프 고문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능력있는 여성들이 트럼프 정권 하에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가져왔다는 것은 곧 트럼프 대통령이 '성차별주의자'는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혐오자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답은 '그렇다'다.
알라이모 교수는 여성혐오증과 관련 "남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여성들을 처벌하는 것을 포함한다"는 케이트 마네 코넬대 철학과 교수의 설명을 인용, "이것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 인사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비난 발언은 비단 '형편없다'는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밑에서 일했던 오마로자 매니골트 뉴먼 전 백악관 대외협력국장이 자신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글을 쓰자, 그를 가리켜 '그 개(that dog)'이라는 표현을 썼다.
자신을 향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여성들의 외모를 지적하는 소위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인 겸 배우인 리지 오도넬을 '돼지'라고, 심지어 자신과 불륜스캔들에 휩싸인 전직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를 '말상(horseface)'라고 불렀다.
문제는 자칫 이 같은트럼프 대통령의 여성혐오적 발언들이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여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마저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알라이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방식이 익숙한 것은 그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면서 "그의 발언은 자칫 행정부만이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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