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美 안호이저 부시도 상장계획 철회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본사 전경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홍콩 증시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지난 6월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홍콩의 반중(反中) 시위가 3개월 째 이어지면서 경제적 비용과 정치적 부담이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향후 몇 주 안에 홍콩 증시에 IPO(주식공개상장)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시장 불안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계획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는 알리바바는 홍콩의 혼란이 잠잠해지면 다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정확한 시점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앞서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해 지난 6월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이는 곧 상장이 몇 달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시장은 알리바바가 IPO를 통해 최소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원)를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홍콩 시위의 장기화로 시장이 침체되고,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를 사수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압박마저 심화되면서 알리바바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알리바바는 현재 자금 조달이 급한 상황이 아니고, 오히려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시장 심리가 저하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IPO를 보류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실제 중국 정부는 홍콩의 반중 시위를 통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불과 이 달 중순에는 홍콩의 아이콘인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이 반중 시위에 가담한 직원을 단속하라는 중국의 압박 하에 정직 처분을 내렸던 조종사 2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홍콩 시위로 인해 대형 기업의 상장 계획이 보류 혹은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 최대 맥주 기업인 미국 안호이저 부시는 아태 부문인 버드바이저 브루잉 APAC를 홍콩 증시에 상장하려고 했으나 시장 상황을 이유로 지난 7월 계획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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