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작년에도 중단 언급…실제 폐지보단 ‘선거용’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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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시민권을 주는 ‘출생 시민권’ 제도의 폐지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행사 연설을 위해 켄터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출생 시민권(중단)을 매우, 매우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 국경을 넘어와 아기를 낳으면 ‘축하해요, 이제 아기는 미국 시민이네’ 같은 상황이 된다”면서 “솔직히 웃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속지주의에 따라 미국에서 출생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한다. 한국에서도 자녀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노린 원정출산이 병역 면탈 등에 악용되면서 논란이 돼왔다.
출생 시민권 제도가 중단될 경우 원정출산으로 태어난 아기와 불법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 부모가 학업과 근로 등의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다 태어난 아기 등은 미국 시민권을 자동으로 얻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출생 시민권은 미국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어 제도가 실제로 폐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사람 등을 미국 시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수정헌법에 근거를 둔 출생 시민권 제도를 없애려면 대통령의 행정명령 정도로는 불가능하고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내놓은 발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그는 2016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출생 시민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지난해 10월에도 이 제도의 폐지를 위한 행정명령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출생 시민권을 폐지하겠다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며 “출생 시민권 (중단) 제안은 대통령이 오랫동안 받아들여진 합의를 바꿀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승산이 없는 법적 싸움을 필연적으로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은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출생 시민권을 폐지하려는) 이런 시도가 미국 헌법에 배치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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